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정했어요. 용어만 들었을 때는 어떤 뜻인지 감도 안 잡히지 않나요? 중국과 서방국가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용어에요. 중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어떤 관계 변화라도 있는 걸까요? '디리스킹'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서로 얼어붙어 있었는데요. 최근 사이가 조금 풀어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과 고위급 인사들과의 회담 등을 계기로 중국과의 충돌을 막고 안정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몇 달 내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 사건으로 방중 계획을 전격 취소한지 4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현직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방문 이후 5년 만이죠.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대신 위험을 관리하는 '디리스킹'을 하자며 손을 먼저 내민 것인데요. 미국이 디리스킹을 강조하며 이번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디리스킹'이란 중국과 선을 긋고 분리하며 적대시할 게 아니라 중국의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자는 서방국가들의 새로운 정국 프레임입니다. 경제적 관계 등을 감안한 실용적 접근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와 무역 등에서 대중국 의존도 완화를 의미하죠.
이는 기존 서방국가들이 가지고 있던 '디커플링'과는 대조되는 전략입니다. 한때 미국의 대중국 전략 기조로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개념인 디커플링을 강조했습니다. 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국제경제 무대에서 고립시키고 배제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중국발 위험요인을 제거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중국을 빼고 경제와 외교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디리스킹이란 표현은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방중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들어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며 새 전략을 발표했죠. 디리스킹은 지난 5월 20일 발표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대중접근법으로 처음 공식 사용됐고, 바이든 대통령이나 수낵 영국 총리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지만, 완전히 사이가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이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국제적인 긴장감을 줄인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잘하면 올해 안에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