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항상 챙겨 보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으면 범죄 가해자들 거의 대부분이 얼굴에 모자이크가 돼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신상 공개에 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는데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으로 신상 공개 확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신상공개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많지만, 신상 공개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죠.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현행 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지난해 5월 22일 A 씨가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간 뒤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여성의 머리를 돌려 차고,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수차례 짓밟았죠. A 씨는 CCTV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여성을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살인 미수와 강간 미수 혐의가 적용돼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CCTV가 모든 장면을 녹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른 태도와 이미 전과 18범이라는 사실, A 씨의 높은 범죄 수위에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A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촉구가 이어지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에 해당할 때만 피의자 신상 공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강법에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할 때 신상 공개를 진행할 수 있고, 성폭법에서도 공익을 위했을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A 씨는 신상 공개가 가능한 요건을 모두 갖춘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A 씨가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강법과 성폭법은 '피의자' 신상 공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피고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 씨는 피의자 신분이었을 때도 신상 공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A 씨를 '중상해죄'로 기소했기 때문이었죠. 피의자 신분일 때는 신상 공개 대상이 아니었고, 혐의가 바뀌고 나서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어서 신상을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범죄자 신상 공개 범위를 확대하라는 여론이 들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죠.
이에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내란·외환·테러, 조직폭력, 마약 등 중대 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 '묻지마 폭력' 등도 범죄자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대상 범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현재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을 기소 이후 재판을 받는 피고인까지 확대하기로 했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법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당정은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 입법보다 절차가 간소한 의원 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일권 변호사는 "범죄자 신상 공개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피해자 보호, 국민의 알권리, 범죄자의 재범 방지 등을 실현하기 위해 진행합니다. 이 변호사는 피의자의 권리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변호사는 "신상 공개 확대가 재범·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피의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는 신상 공개 확대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동아대 라광현(경찰학과) 교수는 "현행법령 수준의 신상 공개가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상 공개 확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는 기여하는 바가 있을 수 있으나, 피의자의 재범 방지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신상 공개 대상은 대체로 무기징역 등의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기 때문에 재범 방지에도 큰 관련이 없으며, 피의자 가족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우려했습니다. 라 교수는 "신상 공개는 범죄 피해자들의 회복보다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을 해소시켜주는 수단"이라며 "신상 공개는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를 꺾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부경대 함혜현(경찰범죄심리학전공) 교수도 "범죄자 신상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좀 더 재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신상공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범죄 예방과 시민안전을 위한 것이 아닌, 시민의 법감정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본 것이죠. 함 교수는 "국민의 분노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필요성과 상당성 범위 내에서 특별법을 추진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