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따르던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거침없이 진격하던 반란군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를 200㎞ 앞두고 회군했습니다. 이들은 하루만에 1000㎞를 진격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바그너 그룹이 1000㎞를 진격하는 동안 이를 저지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관련 영상을 보면 러시아 국민은 반란군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오랜 전쟁에 지친 러시아 국민이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해석하는 게 정설입니다. 반란군을 막지 못한 것은 대부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란군을 진압하라는 푸틴의 명령이 현장에 먹히지 않는다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현지시간) "48시간 동안의 반란은 강력한 서치라이트처럼 군부의 분열과 현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의 공허함, 흔들리는 정권 정당성을 비롯한 푸틴 정권의 어두운 속살을 비춰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용병 그룹이 왜 반란이 일으켰는지에 대한 분석 중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의 불화설입니다. 바그너 그룹은 국방부 장관이 자기들을 공격해 모스크바로 진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군 지도부 경질을 요구했습니다. 어차피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는데 이참에 전쟁에서 빠질 명분이 필요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밀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왜 진격을 멈췄는지도 의문입니다. 쿠데타가 성공하기 힘든 데다 성공하더라도 그동안 수장이 처형당한 전례를 떠올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러시아 군 수뇌부와의 권력 싸움에서 밀려 어차피 축출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반란으로 벨라루스 망명이라는 퇴로를 얻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러시아 정부는 반란군과의 협상 결과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에 대한 형사 처벌을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애초부터 쿠데타가 성공하기 힘들다고 봤고 누군가 중재하면 자기의 목숨줄을 연장하는 선에서 타협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으로 강도와 사기 범죄로 9년간 복역한 전력이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핫도그 노점상을 운영하다가 장사가 잘 돼 레스토랑을 경영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곳을 자주 방문해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푸틴에 음식을 제공해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습니다. 러시아 군대의 90%에 병영식을 제공해 일약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용병 그룹 수장까지 올랐습니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간다고 했지만 현재 종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를 따르던 용병들은 해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의 성격상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래저래 러시아 국민은 피곤합니다.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는데 사정이 그렇지 않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