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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02. 2021

총은 가족을 지킬 수 없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는 개인의 총기 보유 권한입니다.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2억7000만여 정. ‘술보다 총을 더 사기 쉬운 나라’라는 수식어까지 생겼죠. 미국이 총에 관대한 이유는 독립전쟁·남북전쟁과 서부 개척의 역사를 거치면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기 때문.

부산경찰청이 압수한 사제 총기류. 부산경찰청 제공

안 그래도 총기 사고가 많은 미국이 요즘 부품을 조립해 만든 고스트건(ghost gun·유령총) 때문에 고민이 깊습니다. 2019년 캘리포니아에선 16세 소년이 직접 제작한 총을 쏴 2명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죠. 지난해 10월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납치를 공모했던 극우단체 회원들이 소지했던 무기도 고스트건. ‘80% 이상’ 조립돼야 완성 총으로 인정하는 법률 때문에 고스트건은 총기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일련번호조차 없으니 범죄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살상 도구로 자리잡았죠. 


부산경찰청이 1일 미국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고스트건을 제작해 판매한 일당 7명을 검거했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총의 성능 실험을 했더니 맥주 4캔과 두께 7㎜ 합판 7장을 관통. 공식 총기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용의자들의 직업은 현역 군인부터 작곡가·웹툰 작가까지 다양했습니다. 범죄 조직이 아닌 일반인이 총기를 제조·판매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들은 왜 총을 만들었을까요? “호기심 때문에” 또는 “전쟁이 나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고 하네요. 


과연 총은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한해 5만여 명. 그런데 집단 총격에 의한 사망자는 2~3%뿐이고 60% 이상은 자살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배우자나 자녀인 경우도 많습니다. 침입자 처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가족을 해하는 도구가 돼버린 셈. 총이 자위 수단이 아닌 자해 수단이 된 현실을 용의자들이 깨닫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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