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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08. 2021

100만 원 받으려다
나흘 생고생

국내 1인 가구는 30.4%. 홀로 사는 2030세대는 26.9%로 70세 이상(26.7%)과 비슷합니다. 부산시는 만 18~34세 청년 1인 가구에게 월세(연간 최대 100만 원)를 보조합니다. 신청 자격은 건강보험료 납부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인데도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하네요. 이유는 디지털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 행정 때문.

부산시청사. 국제신문 DB

월세를 지원 받으려면 11가지 서류를 갖춰야 합니다.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와 건강보험납부확인서·건강보험자격확인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임대차계약서·신용정보조회서. 올해 월세 보조 대상자로 선정된 고모(여·27) 씨의 하소연을 들어보시죠. “직장 다니면서 건강보험공단·금융기관·주민센터를 방문해 서류 떼고 신용정보조회서까지 발급받는 데 4일 걸렸어요.” 월세 100만 원 받으려고 최소 28만 원(최저임금 8720원×8시간×4일)의 수고로움을 들인 셈입니다. 


생소한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2월 부산시에 신청서를 낸 3940명 가운데 30%인 1320명이 심사에서 떨어졌습니다. 무더기 탈락 원인은 ①과다한 서류 요구 ②1인 가구가 선호하는 오피스텔·고시원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소상공인 정책자금 집행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영세 상인들이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면 무려 13종의 서류를 준비해야 했거든요. “아날로그 시대냐”는 원성이 빗발치자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정보를 다른 공공기관에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한 민원처리법 개정안(10월 시행)과 국민이 공공기관에 있는 자신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한 전자정부법 개정안(12월 시행)을 최근 공포했습니다.


7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여름 내린 폭우로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을 물어 공무원 13명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혹시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서류와 씨름하느라 국민 안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요? 부디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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