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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10. 2021

'문화시설'
르네상스를 넘어

최근 대형 드라마 제작사가 부산에 경성을 배경으로 한 오픈세트장을 짓자고 제안했죠. 박형준 부산시장도 9일 “영화·영상 오픈세트장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화답. 요즘 부산은 ‘문화시설’의 르네상스입니다. 도예촌이 있는 부산 기장군 기룡리 2만227㎡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종합촬영소(2023년 1단계 준공)가 들어섭니다. 신평장림산업단지 ‘부네치아’ 옆에는 부산문학관(국·시비 338억 원)이 건립될 예정. 국제아트센터(부산시민공원)·오페라하우스(북항)도 첫 삽을 떴거나 설계 중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 중인 부산 기장군 일대 부산종합촬영소 조감도. 

문화 인프라 확대는 반가운 일이지만 ‘공간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는 다른 차원입니다. 영화의전당에서 명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크지만 “2000억 원이 넘는 대형 건축물에 걸맞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10년째 나옵니다. 오페라하우스의 시·공간을 채울 콘텐츠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오페라 전용극장” vs “복합공연장이 맞다”는 논란이 여전합니다. 2000석 규모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을 갖춘 국제아트센터와 오페라하우스·부산문화회관의 차별화도 과제. 


공공 문화시설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껍데기만 번듯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작품입니다. 가로 53㎝ 세로 77㎝의 ‘모나리자’를 보러 하루 1만5000명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것처럼. 제주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장했던 이중섭 작품 12점을 기증받아 ‘급이 다른 미술관’으로 격상된 것처럼. 모나리자와 ‘황소’를 감상한 관람객은 관광객으로 변신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기념품도 삽니다. 반면 정체성이 모호하거나 별 볼 일 없는 문화시설은 운영비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합니다. 과거 부산시가 1000억 원을 투입해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도시재생 사업을 할 때 가장 많이 나왔던 비판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 ‘마을회관’만 잔뜩 잔뜩 짓는다”였죠. 이제는 문화시설을 넘어 ‘문화 르네상스’를 위해 고민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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