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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킴플레이션',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스킴플레이션'으로 정했어요. 요즘 숨이 막힐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요. 모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지갑을 사수하고 있어요. 그건 기업도 마찬가지라, 원가 절감을 위한 각종 방법들이 쓰이고 있어요. '스킴플레이션'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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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물가가 치솟은 가운데 기업이 교묘한 방법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른 것보다 제품의 양이 줄어들고, 질이 낮아진 것을 알아차리기가 훨씬 힘이 듭니다. 가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제품의 양과 질은 직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이를 이용해 식품 기업이나 외식업자들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이를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기업 등이 재료나 서비스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뜻하죠.


스킴플레이션은 기업이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 크기와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전략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보다 소비자들이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킴플레이션은 '가장 교묘한 인플레이션'이라도고 불립니다.


기업은 제품 가격과 용량을 유지한 채 값싼 재료로 대체해 비용을 감소시킵니다. 원가 부담을 낮춰서 실질적으로는 가격 인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건데요. 롯데 칠성은 오렌지 주스의 오렌지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췄습니다. 롯데 칠성은 "원액 가격이 올라 과즙 함량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사용을 내세웠던 BBQ 치킨 역시 지난달부터 올리브유 50%에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 50%를 섞은 블렌딩 오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BBQ는 "최근 3년 동안 올리브유 가격이 3.3배 급등해 원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죠.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낮아졌는데요. 요즘 서비스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음식점에서는 손님이 직접 결제하는 키오스크가 이미 보편화됐습니다. 여러 날 손님이 묵는 방은 침대 시트를 매일 갈지 않는 호텔이 늘고 있죠. 고객센터는 상담사 연결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 인력 절감을 위한 조치인데, 소비자들의 불편만 커지고 있죠.


가격은 오르는데 품질은 나빠지는 이중고에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이런 모습을 두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며 압박했죠.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후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제품의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과 달리 제품의 질이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은 물가 통계에 잡히지 않아 단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식품 물가를 낮추기 위해 식품업체들의 편법 인상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은 정부가 물가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한 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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