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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에서 ‘녹조 독소’ 나왔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서양에서는 초록색이 '죽음의 색' '불길한 색'을 상징해요. 과거 영롱한 초록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소'에 매료된 서양 사람들이 종이, 옷감, 페인트, 벽지 등 온갖 곳에 비소를 넣어 색을 냈거든요. 비소는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이후부터 초록색은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어요. 반대로 동양은 초록색을 '자연의 색' '생명의 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곧 낙동강 지대에서는 초록색의 의미가 서양과 비슷하게 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1764_1701409323.jpg 지난해 낙동강이 녹조로 뒤덮힌모습. 국제신문DB

'녹조라떼'라는 오명이 씌워진 낙동강. 해마다 여름이면 강물에 녹차를 잔뜩 풀어놓은 것처럼 초록빛으로 물들곤 했습니다. 녹조현상이 원인인데요. 녹조현상은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하면서 물의 색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녹조는 단순히 물의 색을 보기 싫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독성물질을 배출하기도 합니다.


녹조(남세균)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뿐만 아니라 낙동강 상·하류 인근 지역 공기 중에서도 대거 검출됐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물만 오염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고 공기 중에서도 독성물질이 퍼져나간 것이죠. 미세먼지와 비슷한 크기의 남세균이 공기 중 에어로졸(공기 중 부유하는 작은 고체·액체 미립자)을 타고 이동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나온 적 있는데, 낙동강 인근 지역 공기 중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확인됐습니다.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11월 낙동강 상·하류 인근 지역에서 공기 중 남세균 독소 검출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대거 검출됐죠. 이번 조사에서는 낙동강에서 직선거리로 3.7km 떨어진 양산시 물금읍 한 아파트에서 0.65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지난해 최장거리(1.17km)보다 두 배 이상 먼 곳에서 독성물질이 확인된 것이죠. 가장 고농도로 검출된 곳은 창녕합천보 인근으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4.13ng/㎥을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영주댐 인근 마을 2곳에서 각각 1.96ng/㎥과 1.47ng/㎥, 주남저수지 주변 농수로에서 1.24ng/㎥ 등이 검출됐습니다.

21764_1701409393.png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낙동강 네트워크 등 환경단체가 낙동강의 녹조가 낀 물을 퍼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지난해부터 공기 중 남세균 독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매년 녹조는 발생했고, 매번 검사를 진행했는데 작년부터 '이정도 녹조면 공기 중에서도 독소가 검출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공기 중 독소 검사도 함께 시작했죠. 검사 결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소가 검출됐죠. 검사 이전에도 공기 중에 독소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검사를 진행하기 전부터도 공기 중 독소는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노현석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올해 조사를 진행한 낙동강 인근 40개 지점 가운데 35개 지점의 주변 공기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조에서 발견되는 세균이 어떻게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많은 세균들이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데요. 부경대 이승준(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녹조를 형성하는 남세균도 공기 중에 부유할 수 있다는 연구(에어로졸 현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녹조가 발생한 지역에서 파도, 바람, 레저활동 등에 의한 수체의 변화는 남세균이 에어로졸화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게 됩니다. 에어로졸화 된 남세균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게 되고, 그 결과 낙동강 인근에서 남세균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될 수 있었죠"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100배 이상 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 중 농도에 대해서는 국내외에 아직 기준치가 없습니다. 녹조는 수질 기준을 통해 관리한데다, 공기 중 확산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부터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 물질인 동시에 간에 독성 작용을 합니다. 또 남성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여성 난소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생식 독성도 가지고 있죠.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모든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위장관을 통한 흡수보다 호흡기에 더 민감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남세균 에어로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녹조 발생 기간이 기후변화와 오염 등에 의해 더 장기간 영향을 준다면 해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입니다." 이 교수는 결국 녹조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부장은 "수문을 개방해야 해요. 수문을 열어 물이 흘러가게 만들어야 하죠. 수문 개방만이 사람이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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