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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법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개 식용 금지법'으로 정했어요. 라노는 어렸을 적 부산의 한 시장에 놀러 갔었는데요. 시장 한편에 보신탕집이 쭉 늘어서 있었어요. 군데군데 묶여 있는 강아지들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곧 이런 광경을 볼 수 없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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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식용을 위한 개의 사육·증식·도살을 금지하는 일명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재석 210명 중 찬성 208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정부는 3년의 처벌 유예기간을 뒀습니다. 정부는 3년 안에 개 사육 농가, 도축·유통업체, 식당 등 관련 업체에 대한 보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 식용 논쟁은 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문제 삼아 비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에는 국제사회가 개 식용 문화를 문제 삼자 국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보신탕집들이 서울 바깥으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똑같은 논쟁이 다시 가열되기도 했죠.


개 식용 금지에 관련된 법안은 2012년 19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관련 업계의 반발 등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크게 늘면서 21대 국회 들어 여야가 개 식용 금지에 뜻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반려 인구가 늘고 동물복지 인식이 확산되자 개 식용 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최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가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약 93%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약 95%였죠. 개고기를 먹지 않은 이유로는 '정서적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이 약 54%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별법 통과가 곧 개 식용의 끝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해서는 정부가 개 농장 등 개 식용시설의 빠른 전·폐업을 유도해야 합니다. 정부는 관련 업체를 △개 사육 농가 △도축·유통업체 △식당으로 분류해 보상에 나설 방침입니다. 보신탕 판매 식당은 정부가 메뉴 개발 비용을 일부 보조하고, 도축·유통업체는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죠.


하지만 협의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육견협회는 영업손실 보상 명목으로 마리당 2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파악한 전국의 개고기 음식점은 1600여 곳이고, 식용견을 사육하는 농장은 1150여 곳, 농장에 있는 개만 52만 마리가 넘습니다. 주장대로라면 보상비만 해도 1조 원에 달하죠. 정부는 "마리당 보상 선례가 없고 유예기간에 개체 수를 늘리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했습니다. 법안은 통과가 됐지만 아직도 거쳐야 할 과정은 산더미같이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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