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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23. 2021

모세의 기적과
골든타임

별주부전의 배경은 경남 사천의 비토섬(飛兎島)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토섬은 ‘날아오른 토끼’를 닮았다 해서 얻은 이름. 거북섬·토끼섬·별학도까지 부속섬으로 거느렸으니 별주부전 스토리와 딱 맞습니다. 비토섬~월등도 사이 물길은 하루 2번 갈라집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때를 잘 맞춰야 걸어서 월등도에 갈 수 있습니다.

시험운행 차량이 교통신호센터 안내로 우선신호를 적용받으며 운행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도심에선 거의 매일 모세의 기적이 연출됩니다. 소방차나 119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면 앞서 가던 차들이 양쪽으로 갈라집니다. 미국에선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를 규정한 법을 ‘move over law’라고 하죠. 러시아는 양보 의무를 어기는 운전자에게 면허정지 처분까지 내립니다. 긴급자동차의 ‘속도’는 생명과 직결돼 있습니다. 매년 응급실로 이송되는 도중 숨지는 사람이 2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인 5분 이내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생존할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1분 1초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부산시가 119 구급차의 환자 이송을 돕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우선 신호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GPS로 구급차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신호등마다 청신호를 켜주는 게 핵심. 실제로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송도해수욕장~부산대병원 3㎞ 도로에서 효과를 테스트 했더니 차량 속도가 최저 14.1㎞/h에서 최고 41.2㎞/h로 192%나 빨라졌습니다. 통행시간은 11분 5초에서 4분 22초로 줄어 이송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도 비슷한 신호체계를 운영했더니 긴급자동차 평균 이동시간이 56% 단축된 것은 물론 2019년 14건이던 교통사고도 0건으로 줄었다고 하네요. 구급차의 ‘곡예운전’도 당연히 감소. 모세의 기적에 우선 신호 시스템까지 정착돼 우리 가족의 생명이 한층 보호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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