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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n 24. 2021

서면을 습격한
깔따구 떼

동천은 부산의 아픈 자화상입니다. 표정이 늘 어둡고 우울합니다. 물색은 탁하고 악취까지 풍깁니다. 중국 황하의 물이 늘 흐리다 하여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 했는데 동천은 ‘오십년하청’쯤 되는 것 같습니다.               


부산시민이 동천의 민낯을 고스란히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백양산에서 발원한 물길이 부산시민공원~영광도서~서면시장을 지날 때는 콘크리트(복개) 아래로 흐르기 때문. 동천의 동생인 부전천·당감천·전포천·가야천·호계천도 땅 밑으로 흐릅니다. 광무교에서 간신히 햇빛을 만난 동천은 부산국제금융센터~55보급창~북항)에 도달할 때까지 오폐수와 섞여 고약한 냄새를 풍깁니다.

부산진구 동천 인근 한 음식점 간판에 깔따구(하얀점)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국제신문 독자 제공

날이 더워지면 동천은 깔따구 천국으로 변합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23일 서면 복개천의 한 일식집을 찾았더니 주인장 A 씨가 한숨을 쉬더군요. “보름 전부터 밤 낮 없이 출몰하는 깔따구 때문에 괴롭다. 저녁에는 간판을 덮는다. ‘깔따구 눈발이 날린다’고 할 정도로 개체 수가 많다. 자동 분사기로 살충제를 뿌려도 효과가 없다.” 지난 21일 하루에만 깔따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13건이나 접수됐다고 하네요. 몸 크기도 1㎝ 정도로 작아 방충망까지 뚫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일하는 B 씨도 “아침저녁 할 것 없이 수천 마리가 날아다닌다. 가판 장사를 하는 분은 특히 고통이 크다”고 하소연하더군요. 부산진구보건소의 설명도 비슷합니다. “오전에 신고를 받아 방역을 해도 오후에 똑같은 장소에서 또 신고가 들어온다.” 


깔따구는 4급수 이하의 오염된 물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복개천처럼 도로 아래 오수가 흐르는 곳에선 유독 들끓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복개천에 쌓인 슬러지를 준설하는 것인데 복개천 구조상 쉽지가 않습니다. 부산시는 2015년 동천의 복개구간을 뜯어내 ‘제2의 청계천’으로 만들자는 구상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 기간 영업손실을 우려한 상인 반발과 교통정체 우려 때문에 중단됐죠. 숨 쉬는 동천을 만들지 않으면 깔따구 떼의 습격은 매년 반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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