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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채우기만 하고
관리는 '쩔쩔'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가 어렸을 때 으데엄마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강조했던 말이 있어요.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 "모르는 사람 차에 타지 마라"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도망가라" 등 당부의 말들이었죠. 이 말들을 반복적으로 들었던 시기는 '조두순 사건'과 '강호순 사건' 등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던 때로, 으데엄마가 많이 걱정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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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시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20년 12월 출소했습니다. 조두순이 출소한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고, 조두순이 거주하기로 결정한 안산의 지역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두순의 주거지 근처에 방범 초소 2곳과 감시인력, 방범카메라 34대 등을 배치해 24시간 감시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부착됐죠.


전자발찌는 단순히 범죄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만 수행하지 않습니다. 전자발찌 부착기간 동안 많은 자유가 구속되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두순은 전자발찌 부착 기간인 7년 동안 밤 9시~다음날 오전 6시까지 외출금지, 과도한 음주(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금지, 학교 등 교육시설 출입 금지, 피해자와 연락·접촉 금지(주거지 200m 이내), 성폭력 재범 방지 프로그램 성실 이수 등을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두순은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밤 9시 5분께 '밤 9시 이후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주거지 밖으로 40분가량 외출했죠. 조두순은 "아내와 다투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집을 나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두순에게 검찰 측은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전자감독제도 시행 이후 전자발찌 적용 대상 범죄의 범위는 점차 확대됐습니다. 처음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될 때만 해도 성폭력 범죄 하나만 해당됐지만 시행 1년 만에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가 포함됐고, 다시 1년 후에는 살인 범죄가 추가됐습니다. 2014년 6월에는 강도 범죄로까지 범위가 넓어졌고, 2020년 8월부터는 기존 4대(성폭력·살인·유괴·강도) 특정사범 외에 가석방되는 모든 사범이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 됐습니다. 적용 대상 범죄 범위의 확대에 따라 전자발찌 집행 누적 인원이 급속도로 증가했죠.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260명 ▷2015년 3598명 ▷2016년 4066명 ▷2017년 4350명 ▷2018년 4668명 ▷2019년 4563명 ▷2020년 6044명 ▷2021년 7월 8166명입니다.


이와 비례하듯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 동안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지키지 않아 적발되는 일도 증가했죠. 사실상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발찌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자발찌를 차고 준수사항을 어겼을 때 신속하게 제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범죄인을 곧바로 제지할 수 있는 경찰이나 보호관찰관의 인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자발찌를 찬 보호관찰 대상보다 또 다른 범죄자를 잡는 것이 더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부족한 인력을 보호관찰에만 오롯이 할애할 수 없죠. 정부가 예산을 늘려 전자발찌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보호관찰 사무실을 늘리고, 인력을 확대해야 관리가 잘될 수 있을 겁니다." 동국대 임준태(경찰사법대) 교수는 결국은 예산과 인력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월부터는 스토킹 처벌법 개정으로 법원의 판결 선고 전에도 스토킹 피의자에게 최장 9개월까지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전자발찌 적용 대상이 더 확대된 것인데요. 보호관찰관 인력 증원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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