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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노믹스에서 탈출?

by 연산동 이자까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하면서 다시 '금리 있는' 시대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골자로 한 고(故)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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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정했습니다.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 인상입니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에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은행이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번에 0.1%포인트 올려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 변경의 주된 조건으로 강조돼 온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된 결과라고 합니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제시해 왔는데,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도 지난 15일 중간 집계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조합원 수가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도 4.42%로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렌고의 최종 집계에서도 임금 인상률이 5%대를 유지하면 5.66%를 기록했던 1991년 이후 33년 만에 5%를 웃돌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불안 섞인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은 2006, 2007년 전후로 극히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1999년 이후 20년이 넘게 정책금리가 '제로'나 '마이너스'인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0~1%대 이자로 대출을 빌릴 수 있었으나, 앞으로 그런 시절은 끝나는 셈입니다. 국가 총생산의 약 26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국가 부채의 상환 비용도 오릅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는 나쁘지 않은 소식입니다.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이 엔화 강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의 수출 기업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엔화가 오르면 일본으로 가는 여행자 수도 줄어 대일 여행수지 적자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탈 제로 금리 정책'을 계속 이어갈지도 의문입니다. 십여 년 전에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은 2006년 7월과 2007년 2월 0.25%p씩 두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물가 상승 압박을 받아 철회했습니다. 최근 일본 증시가 활황인 이유는 환차익과 저금리를 노린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엔화가 강세가 되면 이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일본 증시에 큰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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