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사이버렉카'로 정했어요. 지난 11일 유튜버 쯔양이 전 연인으로부터 당했던 교제폭력 피해 사실을 밝혔는데요. 전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쯔양이 다수의 사이버렉카로부터 과거를 빌미로 협박 받아 돈을 갈취당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쯔양은 전 연인으로부터 협박과 폭력에 시달리며 유흥업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이버렉카들이 달려들어 협박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사이버렉카'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앞다퉈 현장에 달려가는 사설 견인차처럼 온라인상에서 부정적 이슈를 재빨리 콘텐츠로 만들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이버렉카는 이슈나 사건이 생길 때마다 빠르게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흥미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취재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해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죠. 여기에 더해 본인의 근거 없는 생각과 루머까지 유포하면서 큰 문제가 됐습니다.
사이버렉카의 부작용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연예인 등 공인을 타깃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요. '사적 제재'와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개인의 신상을 터는 일이 비일비재해졌습니다. 범죄 가해자들을 폭로한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지만 되레 피해자를 2차 가해하기도 했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얻은 영향력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사이버렉카는 제도적인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이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등을 침해했을 경우 피해자가 빠르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해뒀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은 언론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아 해당 법의 제재를 받지 않죠.
영상 조회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유튜브의 구조적 문제는 사이버렉카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타인의 치부를 더 빠르게, 더 자극적으로 드러낼수록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어 무작위로 자극적인 영상을 찍어냈죠. 그러나 유튜브는 자체 규정과 검열 기능이 소극적이기 때문에 피해는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이버렉카의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유튜브 측이 문제가 된 사이버렉카 채널의 수익 창출을 차단했지만 단기적인 처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악성 콘텐츠 게시자들의 행위는 수익 창출 등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임에도 '대중의 관심사' '사적 제재'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범죄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라며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한 협박·공갈 등 추가 범행이 확인된 경우는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은 "쯔양을 협박하고 갈취했다는 유튜버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에 대한 대책도 방심위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