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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31. 2024

혼돈의 파리 올림픽 개회식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은 수상 퍼레이드를 펼치며 진풍경을 연출했으나 일부 장면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프랑스식 유머와 풍자, 정치적·사회적 도발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도 과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필리프 카트린느의 개회식 공연 장면. 연합뉴스

가장 입길에 오른 장면은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가 파란 망사 옷을 입고 꽃과 과일 모형에 둘러싸여 등장했을 때입니다.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그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표정과 자세로 자신의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습니다. 이 노래에는 사람들이 태초에 태어났을 때처럼 벌거벗은 채 살았다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부자와 가난뱅이도 없을 것이며, 날씬하든 뚱뚱하든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논란이 일자 카트린느는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평화의 메시지"라며 "벌거벗은 사람은 무해하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에서 올림픽이 시작됐을 때도, 그림을 보면 나체의 운동선수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역시 나체로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오니소스 분장은 분장 전문가 세 명이 3시간을 공들인 결과물이며, 카트린느 자신도 전신을 제모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면 매우 미안하다. 나는 기독교인으로 자랐고 기독교에서 가장 좋은 점은 용서"라며 "'최후의 만찬'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전 세계 기독교인이 용서해 주고 오해였다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반응은 엇갈립니다. "개회식 최고의 장면 중 하나" "프랑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상당수는 "창피하다" "올림픽과 무슨 상관이냐" "프랑스인 말고 전 세계 아무도 이해 못 할 것"이라고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도 "만약 개회식의 미적 통일성을 완전히 망치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금메달은 필리프 카트린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솔직히 아무도 예상 못 한 모습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처형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신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장면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머리가 잘린 앙투아네트로 분장한 여가수는 혁명 당시 앙투아네트가 투옥됐던 콩시에르주리 건물의 핏빛 창문에서 민중 세력의 노래 가사를 읊조렸고, 마지막엔 건물 곳곳에서 피가 분출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와 공화국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본 장면 중 가장 미친 짓"이라거나 "기괴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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