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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08. 2021

부산의
전략적 변곡점

반도체기업 인텔의 창업 멤버인 고(故) 앤드루 S. 그로브는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고 추앙 받는 인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 열린 ‘레전더리 리더 어워드’ 시상식에서 그로브가 어떻게 자신과 세상을 바꿨는지 증언합니다. 1988년 그로브가 펴낸 ‘편집광이 살아남는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CEO들의 필독서. 


그로브가 가장 강조하는 개념은 ‘전략적 변곡점’입니다. 인텔은 1985년 큰 고민에 빠집니다.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하던 메모리(기억장치) 부문에서 막대한 적자가 났기 때문. 일본 기업들이 10% 이상 저렴한 제품을 앞세워 물량공세를 펼친 탓입니다. 그로브는 동료에게 묻습니다. “만약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새 CEO를 데리고 온다면 그 신임 CEO는 어떻게 할 것 같나.” 


“메모리에서 손을 떼게 하겠지.” 

고(故)앤드루 S. 그로브. 국제신문DB

그로브는 마침내 인텔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던 메모리 사업 철수를 결정합니다.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합니다. 결과는 전화위복.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386’과 ‘펜티엄’ 프로세서가 연달아 대박을 칩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무슨 컴퓨터 쓰냐”고 하면 IBM이나 맥이 아니라 “386 쓴다”고 답합니다. 컴퓨터를 CPU와 동일시한 겁니다. 그로브의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은 컴퓨터 부품사를 코카콜라만큼 유명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전략적 변곡점을 기회로 만든 것입니다. 


그로브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부산의 전략적 변곡점을 돌파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부산 인구가 2만7588명이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2030세대 1만4903명이 탈부산. 인구는 내가 사는 동네의 ‘희망 지표’입니다. 청년층 이탈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입니다. 정치든, 행정이든, 기업이든 빨리 변하지 않으면 부산은 점점 데스밸리의 늪에 빠질 겁니다. “‘예전엔 이랬는데’하고 한탄할 시간에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라. 우유부단할 여유가 없다.” 그로브의 일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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