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8월 7일)가 지났지만 전국은 여전히 푹푹 찌는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열대야 현상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록을 생성 중입니다.
폭염이 계속되자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도 힘들어합니다. 가축이 집단 폐사하는 등 폭염 피해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돌본 소들이 폭염에 축 늘어져 야위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집니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이어지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고 무더위는 상품성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농가일수록 폭염에 대처하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스프링클러 등의 최신 설비는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지자체 지원 사업이 있지만 대부분 자부담이 필요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사룟값까지 올라 인건비도 안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대형 가축인 소와 달리 땀샘이 없는 돼지와 가금류 농가에서는 직접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6일까지 경남에서는 육계 1만6740마리, 돼지 5406마리, 산란계 4753마리, 오리 1028마리 등 총 2만7927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가금류 32만7000여 마리 등 총 35만4000여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음 달 추석을 앞둬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계란과 축산물 등의 가격 폭등이 벌써 우려가 됩니다. 폭염 등 여파로 산란율이 낮아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가축 사육 관리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는 등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무더위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여름 폭염은 이달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피해가 더 확산될 전망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 관련 당국은 때를 놓치지 말고 농수축산 분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응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도 이제 상시화되고 있는 만큼 식량 안보 차원에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지 않도록 먼 훗날까지 내다보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