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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r 30. 2021

수에즈 운하에서
'인터스텔라'를 보다

컨테이너선 한 척이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파나마 선적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하자 14조 원어치 해상 화물 운송이 전면 중단됩니다. 물류 운임 상승 기대감에 HMM의 주가는 23~26일 나흘새 20% 이상 폭등. 반면 로이터통신이 “에버기븐호의 부양작업이 성공해 정상 항로로 돌아왔다”고 보도한 29일에는 9%대 폭락. 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입니다.


해양 전문가들은 “제2의 수에즈 운하인 북극항로를 개척해야 할 시점”이라고 합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아시아 항로를 9650㎞ 단축한 수에즈 운하를 뚫어 강대국으로 군림한 것처럼 글로벌 무역항을 보유한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자.” 북극항로가 열리면 아시아에서 러시아 야말반도까지 28일이면 도착합니다. 수에즈 운하를 경유할 때보다 22일 단축. ‘해양 실크로드’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엿새째 통행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28일(현지시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연합뉴스

북극항로는 인류에게 묵직한 질문도 던집니다. “지름길로 가려고 북극 얼음이 다 녹기를 바라는거야? 온난화를 반기는 거냐고!” 노르덴시욀드(1879년)나 아문센(1906년)이 100년 전 북극항로를 개척했음에도 인류의 발길이 닿지 못한 이유는 지구 온도를 낮추는 한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극항로는 탄소 배출량과 기후변화의 속도에 달렸습니다. 최근엔 온난화로 2050년 이전에 북극 여름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요. 


기후변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는 날은 어떨까요. 인류는 저렴해진 화물 운송비용 대신 뜨거워진 지구를 고민할 겁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나 ‘승리호’처럼 우주 생활을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북극항로의 역설입니다. 너무 극단적이라구요? 미국에선 논쟁이 한창입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대재앙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하자 빌 게이츠는 면박을 줍니다. “차라리 그 돈을 기후변화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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