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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13. 2021

공포만 떠안은 부산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지난 12일 오전 6시께 갑자기 정지했습니다. 오는 14일 예방정비를 앞두고 출력을 줄이는 와중에 원자로가 멈춰선 겁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증기발생기 수위 감소를 원인으로 ‘추정’합니다. 


올해 고리·신고리 가동 중단은 벌써 4번째. 지난달 22일 신고리 3호기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더니 지난 5월에는 신고리 4호기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합니다. 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원인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신고리 4호기는 2019년 8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1400㎿급 최신식 가압경수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 월가량 법정검사와 설비점검까지 마치고 올해 2월 발전을 재개한 터라 불안감이 더 큽니다. 지난 4월 23일에는 대형 크레인이 송전선로에 근접하면서 불꽃이 튀어 고리 2호기 원자로와 터빈이 멈추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원자력 당국은 폭발음과 함께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와 비상이 걸리자 고리본부장을 전격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에 상륙했던 지난해 9월 해안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모습. 국제신문DB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이 닥쳤을 때는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멈췄습니다. 고리 3·4호기 사고는 강풍을 타고 날아온 바닷물의 염분이 전력 설비에 달라붙어 불꽃이 튀면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내습했을 때도 유사한 원인으로 원자로가 멈춘 적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부의 탈핵 정책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윤 전 총장이 진정 원자력을 가장 안전하면서도 탄소중립적인 에너지원으로 생각한다면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건설하겠다고 공약해야 합니다. ‘탄소 중심’ 마스크로 쓴웃음 짓게 할 게 아니라 부산·울산시민의 불안을 덜어줄 처방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비수도권은 ‘이건희 미술관’이나 ‘바이오 랩허브’ 하나 갖지 못하면서 언제까지 공포만 떠안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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