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정했어요. 지난 4일 한미 양국 간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타결되면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지불할 분담금이 정해졌습니다.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은 2025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 원이며, 이후 2030년까지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해 올리기로 했습니다. 당초 국방비 증가율에 따라 인상하는 것과 다른 방식인데요. 이에 따라 2030년 분담금 총액은 1조6717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국에는 미군이 머물고 있습니다. 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의 일부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데 이걸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라고 부릅니다. 분담금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훈련장·숙소·교육·작전·통신시설 등 군사건설비, 탄약 저장·정비 등 군수지원비 등에 쓰입니다.
지금은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주한미군의 경비 문제가 명문화된 것은 1966년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운영 유지비를 책임진다'고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6·25 전쟁 이후 한국에 머물기로 하면서 한국은 미군에 시설과 땅만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 비용은 모두 미국이 부담하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미군이 한국을 군사적 동맹으로서 보호해 주는 대가로,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 정세를 살피는 등 많은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냉전 상태가 누그러진 데다 미국이 무역·재정 적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뤘으니 더 이상 안보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미국 내 여론도 형성됐습니다.
계속되는 압박에 한국은 1991년부터 미국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를 맺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방위비를 얼마나 낼지는 한국과 미국이 합의해서 정하는데, 3~5년 단위로 협상을 체결합니다. 1991년 1073억 원이던 한국의 분담액은 2019년 1조 원을 넘어섰죠.
지난 4월부터 한국과 미국은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종료되기까지 1년 8개월이 남은 상황(2025년까지 효력)에서 2026년부터 적용될 12차 협상에 나서 지난 4일 분담금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그동안 협상 기간이 1년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수준이었는데요. 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둘러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트럼프가 재집권했을 때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양국 갈등 재연을 걱정해 바이든 임기 내 새 협정을 맺으려 하고, 미국은 한국의 이러한 다급한 상황을 활용해 더 많은 분담금을 받아내려고 조기 협상에 응했다는 것.
트럼프는 집권 당시 분담금 5배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결국 2021년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인상 요구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해 전년 대비 분담금을 13.9% 늘릴 수밖에 없었죠.
방위비 협상은 이미 끝났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따라올 위험이 완벽하게 해결됐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고 있습니다. 대선 전에 협정이 타결된 만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분담금에 손댈 수 없을 것이란 해석도 있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번 협정을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