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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Nov 11. 2024

ADHD 약 먹으면
공부 잘하게 된다고?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공기를 느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능의 기억도 옅어졌지만, 그때 느낀 감정은 아직까지 머릿속 깊숙이 남아있는데요. 수능이 다가올수록 잡생각은 버리고 공부에 더더욱 매진해야 하건만, 인생에서 처음 맞이하는 큰 고비를 앞두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라노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곧 스무 살이 된다는 설렘, 대학 걱정, 불확실한 미래,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지는 압박감이 한데 뒤엉켜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죠. 생각이 자꾸만 다른 곳으로 달아나 버렸으니까요.

수능을 앞두고 ADHD 치료제 등을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 따위로 포장해 광고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온라인 집중 점검에서 ADHD 치료제를 불법으로 유통·판매하는 게시물 711건이 확인된 것인데요. 이들은 ADHD 치료에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제품과 국내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암페타민' 성분 제품을 '공부 잘하게 되는 약'이라고 홍보하며 약을 팔아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대체 왜 ADHD 치료제가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악용된 걸까요? ADHD 치료에는 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을 사용합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신경세포가 도파민을 재흡수하는 것을 막아 뇌 속에 도파민 농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이 효과에 주목해 ADHD 증상을 치료할 목적 대신 단순히 집중력을 높이고자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사례가 늘기 시작했죠. '집중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잘못 포장된 ADHD 치료제는 학부모와 수험생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며 유행하게 됐습니다.

 
이런 인식은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의 ADHD 치료제 처방 사례는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는데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공개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10대 이하에게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한 건수가 2020년 6만5685건에서 지난해 12만5739건으로 늘었습니다.


또 다른 통계에서도 오남용 증가를 의심해볼 만한 수치가 확인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군구별 및 연령별 ADHD 진료현황' 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ADHD로 치료받은 10~19세 아동·청소년은 2019년 1만1318명에서 지난해 2만2374명까지 뛰었습니다. 부산도 3917명에서 7387명으로 배가량 늘었죠. 두 지역 모두 같은 기간 사이 치료받은 10대 환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인데요. 일반적인 환자 증가 속도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ADHD 증상이 없지만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한 목적' 때문에 진료를 받은 인원이 증가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을지대 김영호(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 ADHD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서 집중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ADHD 치료제에 사용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각성 효과를 높여서 집중력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데요. ADHD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집중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ADHD가 아닌 아이들이 복용하면 과각성 상태로 빠져들게 됩니다. 쉽게 흥분하고, 심장박동이 빨리지는 등 부작용을 겪게 되죠. 게다가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데 정신활성기능을 가진 의약품을 오남용하게 되면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져요."


ADHD 치료제는 말 그대로 '치료제'입니다. ADHD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약을 치료 목적으로 복약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치료제가 오남용 되고 있다는 이유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치료적인 의미로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정신 건강이나 중독 문제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습관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은 신중하게 처방해야 하고, 지나치게 약에 의존해 오남용 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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