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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15. 2021

정부도 못 믿는 은행?

요즘 젊은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권리’라고 여깁니다. 2009년 502명이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10년이 지난 2019년 2만2297명으로 44배 증가. 정부는 육아휴직자에게 매달 통상임금의 80%(첫 1~3개월)에서 50%(4~12개월)를 지급합니다. 아이 키우려 휴가 낸다고 하면 눈치 주는 기업도 여전히 있습니다. 올해 1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1578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응답은 고작 11.1%.

국제신문DB

정책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부산의 한 기업에 다니는 A 씨의 사연입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1년 만에 복직한 그는 이사 비용 2000만 원이 필요해 은행 3곳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가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최근 3개월 간의 소득을 증빙할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이 없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정부의 휴직급여에는 건강보험료가 따로 부과되지 않습니다. 결국 A 씨는 정부가 주는 돈을 받고도 ‘무직자 대출 조건’을 적용받았습니다. “은행 창구를 방문해 휴직·복직 증명서를 제출하겠다고 해도 ‘내규상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부산노동청에 문의했더니 ‘대출은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라. 차라리 정부가 휴직급여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A 씨는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어렵사리 돈을 빌려 이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B은행 측은 “복직한 지 3개월이 안 된 육아휴직자는 일정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면서도 “대출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아예 대출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은행 측도 “복직자의 급여를 환산해 대출할 수 있는 내규가 있다. 담당자가 이런 규정을 잘 몰랐거나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습니다. 내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출을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육아휴직자의 소득은 정부가 책임집니다. 그런데도 은행이 ‘소득을 증빙하라’고 요구하는 이런 속 터지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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