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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19. 2021

귀신보다 무서운 유튜버

당나라 종사관이던 고운 최치원은 반란을 일으킨 황소에게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보냅니다. “(중략) 땅속 귀신들도 이미 (너를) 죽이자고 의논했다( 抑亦地中之鬼· 已議陰誅)”는 문장을 읽은 황소는 깜짝 놀라 마루 밑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에는 귀신이나 요괴가 얼마나 많을까요. 공학박사이자 부산 출신 작가 곽재신의 ‘한국 괴물백과’에는 282종이 수록돼 있습니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문선’ ‘대동야승’에 기록된 괴물이랍니다. 어우야담에는 ‘인어’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앉았을 때의 옆 모습은 사람과 똑같다. 머리칼은 금발과 흑발이 섞였고 눈동자는 밝은 황색이다(중략). 조선시대 김덕령이 어부가 잡은 것을 빼앗아 놓아주었다.”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인 소치 허련(1809~1892)의 그림에는 도깨비가 등장합니다. 5장의 그림 가운데 마지막 장 ‘귀화전도’에 나오는 도깨비는 깜깜한 밤에 제사 지내러 가는 누군가의 길을 안내합니다. 황정수 미술평론가는 “(허련의 도깨비는) 잡된 귀신이나 저승사자처럼 인간에게 무서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곤경에 처할 때 도움을 주는 우호적 존재”라고 평하더군요.

유튜버 사이에서 공포체험 성지로 소문나 몸살을 앓고 있는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 내부. 국제신문

요즘 부산의 오래된 아파트나 빈집에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자주 출몰합니다. 심야 시간에 공포체험을 하려는 무리들입니다. 지난 10일 새벽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4명이 A아파트에서 고함을 지르고 유리창을 깨뜨렸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1969년 준공된 A아파트는 현재 240세대 중 6세대만 거주합니다. 빈 집이 많아 담력 테스트나 공포 체험을 하는 장소로 입소문이 났다고 하네요. 실제로 유튜브에는 A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공포체험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B 씨는 “주말 새벽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잠을 깨기 일쑤”라고 하소연합니다. 


지난 5월에는 2016년 폐쇄된 부산의 한 사회복지시설에 무단 침입한 20대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조회수에 목 메는 유튜버가 귀신보다 더 섬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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