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수호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국회에서 광화문 천막 농성장까지 8.7㎞를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도 시작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민주당은 "윤석열 즉시 파면을 위한 모든 가용한 방법을 생각한 것"이라며 "파면 선고가 늦어지면 혼란이 가중된다.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했습니다.
#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암살 계획' 제보가 들어왔다며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한다는 겁니다. 황정아 대변인은 "군 측에서 받은 제보"라며 경찰에 이 대표의 신변 보호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민주당 이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과 만나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헌재에 촉구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간담회엔 이 대표를 비롯해 비명계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 국민의힘 국회의원 62명이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기각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지도부가 "민주당처럼 장외 투쟁으로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전체 의원 108명 중 과반이 거리로 나선 겁니다. 또 강승규 의원은 국회에서 ‘국민저항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기조 강연을 했습니다.
# 나경원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 82명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각하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2차 탄원서를 냈습니다.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문제 삼아 "동일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본안 사건에 대해서도 "설령 계엄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해도 민주당 의회 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여당 의원 76명은 지난달 28일에도 헌재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헌재 결정 후 2주째 헌법상 의무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하라"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마 후보자를 언제 임명할지,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이유,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는 이유 등을 국민에게 공개 답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를 추진할 듯한 뉘앙스의 말도 남겼습니다.
이 많은 일이 12일 단 하루에 벌어졌습니다. 이뿐일까요. 여야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석방을 지휘한 것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여당은 당연히 법원과 검찰을 옹호했고, 야당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사법기관에 대한 여야의 '호불호'는 손바닥 뒤집듯, 그때그때 다릅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가까워져 오자 정치권의 선동이 극에 달합니다. 입만 열면 '법치'를 말하는 자들이, 법이 자기들 유리한 대로만 적용되도록 갖은 압력을 행사합니다. 정치가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키웁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이어서 언급하는 사건도 12일 하루에 일어났습니다.
# 민주당 이 대표를 위협하는 글을 SNS에 올린 7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협박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 씨는 지난 1월 말 SNS 대화방에 '이 대표 체포조를 만들자'고 글을 쓴 혐의를 받습니다.
#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1월 4일 관저를 향해 행진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에 헌재 인근 학교와 유치원 11곳이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로 휴업을 권고한 데 따른 조처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이 하루 동안 벌어졌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나라가 두 쪽이 난 것은 오래. 이젠 아수라장, 부산 사투리로 '쑥시기판'입니다.
전날에도 난리였죠.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 윤 대통령 구속취소와 석방을 두고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사법기관마저 분열 조짐을 보입니다. 이러니 법정에 선 피고인도 반성하기는커녕 뻔뻔한 태도를 보입니다. 서부지법 난동 가담자 63명 중 23명에 대한 첫 공판이 지난 10일 열렸는데요. 변호인은 "대통령 체포와 구속이 다 불법이라는 게 확인됐다. 불법 체포와 불법 구속이 서부지법 판사들에 의해 이뤄졌다. 국가기관의 불법에 국민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국민을 다독이고 위로해야 할 정치권이 이 모양이니 뭔들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급기야 경찰은 탄핵 심판 선고일 헌재 인근 서울 종로구 중구 일원을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지역 경찰서장(총경)만 8명을 투입합니다. 캡사이신과 120㎝ 장봉 등을 사용하는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헌재로부터 100m 이내는 집회 금지구역이라 차벽으로 다 둘러싸서 '진공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공'. 어떠한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 지금 대한민국엔 '진공 상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