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체포된 지 52일 만에 구치소 밖으로 나왔는데요. 이는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며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지난달 4일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구속취소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없어졌을 때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이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할 때 구속 기간이 이미 만료된 상태였다'는 이유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러면 검찰이 7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고요. 윤 대통령은 석방됩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경찰 10일, 검사 10일을 더해 최장 20일(연장 시) 동안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습니다. 체포된 피의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를 거치는데요.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구속 심사에 걸리는 기간만큼 구속 기간 만료를 연장하도록 합니다. 심사 기간에는 수사기관이 수사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검찰은 그동안 소송 실무에 따라 구속 심사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짜' 단위로 설정해 구속 기간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법원이 이례적으로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세는 게 맞다고 판단합니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오전 10시33분에 체포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심사에는 33시간 7분(1월 17일 오후 5시4분~19일 오전 2시53분)이 소요됩니다. 검찰은 이 기간을 날짜 단위로 계산해 '3일 연장'됐다고 판단했고요. 1월 27일 자정 안으로 기소하면 된다고 봤죠. 그래서 검찰은 윤 대통령을 1월 26일 오후 6시52분 구속기소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3일이 아니라 정확히 33시간 7분만큼만 더 구속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월 26일 오전 9시7분까지는 기소했어야 한다며 구속취소 결정을 내립니다.
논란은 구속취소 결정 뒤 검찰로 넘어가면서 더 크게 불거졌는데요. 검찰은 7일 안에 즉시항고를 제기해 구속이 유지된 상태에서 상급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하루 뒤인 지난 8일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죠. 심우정 검찰총장은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제도는 52년 전, 이른바 유신헌법 시절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에 의해 도입된 제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힙니다.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피고인·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형사사법 원칙이 있습니다. 최대한 인권 친화적으로 법을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죠. 구속 자체가 피고인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사사법 원칙에 따라서 '날짜보다는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는데요. 법원은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시간 계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사실상 처음으로 판단했습니다. 관행을 뒤집은 결정이 하필 윤 대통령 사건에서 일어난 것. 윤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한 원칙 포기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죠.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기존 실무 관행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반론이 제기됐는데요.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검사의 구속 기간은 10일의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대법원은 현재까지 구속적부심이 청구됐던 모든 사건에 수사 기록이 접수된 '날'부터 반환된 '날'까지를 구속 기간에서 제외한 종래의 실무를 수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은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에서 이런 결정이 나왔으니, 탄핵심판을 하는 헌재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야당은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심 총장을 즉시 고발하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어쨌든 윤 대통령 구속취소와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고요.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