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의중학교는 지난 1학기 소음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6m 높이의 방음벽 너머에서 전포 1-1 재개발(e편한세상) 공사가 진행됐거든요. 바깥에서 날리는 분진·소음 때문에 창문조차 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영어 듣기 시험을 칠 때는 중장비 굉음이 들려 학습권 침해를 당하기도. 동의중이 시공사나 재개발조합에 제대로 항의를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2019년 7월 작성된 합의서에 ‘시공사가 안전 통학로나 방음벽 같은 시설을 세워주는 대신 어떠한 형태의 민원이나 고발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기 때문. 학교법인 동의학원도 재개발조합이 필요한 땅을 대토(서로 땅 바꾸기)하면서 ▷학교발전기금과 기부금 ▷배드민턴장 건립 ▷분양 신청시 조합원 혜택 약속을 받았다고 하네요.
조용하던 동의중이 시공사를 상대로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지난 6월. 한 3학년 학생이 ‘태양이 사라진다면’이란 글을 학교 신문에 기고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운동장 바로 앞 고층 건물 공사 탓에 일조권·조망권·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한다. 주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관심이 필요하다.”
자극 받은 학생·교직원·학부모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한 교직원은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의 글을 보고 부끄러워졌다. 재개발 이야기를 제대로 다뤄야겠다는 공감대가 생겨났다. 2학기부터 수업 시간 중 공사는 피해 달라고 시공사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시공사인 대림건설도 “교정과 가까운 곳의 골조 공사는 내달까지 끝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수년 전 북한의 한 인터넷 사이트가 선조들의 교육법을 소개했었죠. 그 중 ‘조상매’는 조상의 묘소 앞에서 아이의 잘못을 고한 뒤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죄를 씻기 위해 아이에게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서당매는 서당에 다니는 아이들이 스스로 회초리를 마련해 스승에게 맡긴 것을 일컫습니다. 동의중은 제자들이 스승과 학부모들을 일깨웠습니다. 서당매는 어른들이 맞아야 할 것 같네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