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마음치료

by 연산동 이자까야

화투(花鬪)는 일본 쓰시마 상인들이 부산에 처음 전파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06년에는 화투의 왜색풍을 걷어낸 ‘한투’가 개발됐습니다. 우리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표현했는데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죠. ‘소담 화투’나 ‘독도 화투’ 역시 비슷한 운명. 2019년에는 고(故) 최동원 감독과 갈매기·돼지국밥을 담은 ‘해운대 화투’가 출시됐습니다. 서양 관광객이 화투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데 착안했다고 하네요.

21764_1627976018.jpg 코로나19 현장스토리 2차 공모전 사진 출품작에 출품된 사진.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90대 할머니와 화투를 활용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캡쳐

화투는 장례문화와도 연관이 깊습니다. 과거 초상집에선 ‘밤샘 화투’가 흔한 풍경. 부모를 여읜 상주와 유족 곁을 지키려고 벌인 일종의 놀이였습니다. 전남 진도를 중심으로 한 섬 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는 ‘다시래기’도 상가에서 이뤄지던 연희 풍속. 초상집에 연희패가 들이닥쳐 풍악을 울리고 육자배기·물레타령·진도아리랑을 불렀죠. 상주도 문상객과 어우러져 밤새 연희를 즐기며 슬픔을 잊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이청준의 소설 ‘축제’에 잘 묘사돼 있습니다.


3일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와 방호복 입은 의료진이 화투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사진이 누리꾼들을 울렸습니다. “할머니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정성이 마음도 치료해주는 것 같다” “방호복 입으면 땀이 줄줄 흐른다. 저렇게 앉아있는 건 자신의 생명을 갈아 넣는 것이다.” 방호복을 입은 주인공은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29) 씨였습니다. 사진 속 박모(93) 할머니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했다고 합니다. 중등도 치매 환자인 할머니가 적적해하자 간호사들이 화투를 이용한 꽃 그림 맞추기와 색연필로 색칠하기를 제안했다네요. 이 간호사는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설명. 결국 화투가 아니라 그림 맞추기였던 셈. 간호사들의 노력 덕분에 할머니는 보름 만에 퇴원했습니다. “저도 감염될까 두려웠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이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어요.”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지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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