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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길의 회
안산의 집밥

by 연산동 이자까야

윤학길(61) 전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은 ‘고독한 황태자’라는 별명답지 않게 긴장을 많이 합니다. 펜싱 국가대표인 딸 윤지수(28)가 도쿄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하자 “떨려서” TV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도 못 딴 메달을 목에 걸었지 않나”며 딸 자랑을 빼놓지 않네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는 딸과 마지막 통화한 게 5개월 전이랍니다. 보고 싶어도 부담 줄까봐 휴대폰을 수 백 번 들었다 놨다 했을 겁니다. 동의대 출신인 윤지수는 “아버지는 내가 경기 하는 동안 땀복을 입고 산을 오르셨다고 들었다”며 웃었습니다. 윤 전 감독은 딸이 귀국하면 무엇을 가장 해주고 싶을까요. “지수가 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았다. 한숨 푹 자게 한 다음엔 싱싱한 회를 실컷 사주겠다. 밥이랑 푸짐하게 먹이고 싶다.” 역시 부모는 자식이 배 불리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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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밥은 밥 이상입니다. 누군가를 혼낼 때(국물도 없다)나 사랑 고백할 때(밥 한번 드실래요) 고마울 때(밥 살게) 아플 때(잘 먹어야 돼)도 ‘밥’을 이야기 합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은 한식을 먹고 괴력을 발휘. 우리 선수단의 도시락을 책임지는 한정숙 영양사가 “도시락 먹고 있니? 힘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김연경은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먹고 힘낼게요”라고 답했습니다. ‘밥심’ 덕분인지 김연경은 지난 31일 한일전에서 3-2 승리를 진두지휘.


여자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도 귀국하면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집 밥 먹고 싶어요!”. 안산의 화살은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됩니다. 양궁 혼성전 준결승에서 10점에 꽂힌 김제덕의 화살을 뒤이어 쏜 안산의 화살이 뚫자 세계양궁연맹이 기증을 부탁했습니다. 밥은 세상을 따뜻하게 합니다. 경기도 성남의 박춘자(92) 할머니는 평생 남한산성에서 등산객에게 김밥 팔아 모은 3억 원을 2008년 기부하더니 2019년 유산기부 약정에 이어 지난 5월 남은 재산의 절반인 2000만 원을 또 기부했습니다. “할머니, 밥 꼭 챙겨드세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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