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폭염의 해. 그 해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중앙고속도로가 더위에 녹아 솟아 오른 탓에 운전자들이 기겁을 했었죠. 부산의 열대야도 역대 최장인 21일을 기록.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북한 자강도 중강의 기온이 40도를 웃돌았으니 ‘열돔(heat dome)’이라 할 만 했습니다.
올해도 가마솥 더위가 계속되면서 실내온도 25도를 유지하는 인천공항으로 피서 가는 노인이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달 1~27일 인천공항철도역 이용 승객은 28만9763명(승하차 합계). 이 중 65세 이상이 3만9226명으로 지난해 2만293명과 비교해 93.3% 급증. 무임승차가 가능한 노인들이 ‘공캉스(공항+바캉스)’로 더위를 피한 셈입니다. 육군도 열사병을 우려해 3000여 명이 참가하는 과학화 전투훈련(29일~8월 1일 )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중단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외출할 때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 놓는다고 하네요.
부산 부산진구는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제공합니다. 부전동의 비즈니스호텔인 ‘티티호텔’ 객실 20개를 빌려 무더위쉼터로 활용하는 겁니다. 전기료 탓에 냉방시설을 잘 사용하지 않는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대상. 동네별로 선정된 140명은 내달 2일부터 22일까지 총 3박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서울의 몇 몇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안전숙소’(1박)보다 이틀이나 더 머물 수 있습니다. 티티호텔도 이용요금의 50% 가까운 할인혜택을 제공.
폭염이 장기화되는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온난화. 압축성장의 반환경적 문명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역시 그 산물. 인간의 문명이 인간을 향한 역습에 나선 셈. 기상청은 다음주에는 습도가 더 높아져 체감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열대야를 백야처럼 하얗게 뜬눈으로 지새워야 할 날도 길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