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읍소 말고 신뢰를

by 연산동 이자까야

올해 상반기 1만92명이 부산을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순유출자(5777명)의 곱절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인구의 블랙홀은 경기도. 무려 8만9000명이 증가했습니다. 부산은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집값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상승세입니다. 2005년 입주한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아파트 126.90㎡는 지난 9일 20억 원(19층)에 거래. 좌동 신도시의 20년 이상된 아파트의 59.73㎡는 지난 26일 6억1000만 원(12층)을 찍었다고 하네요.


21764_1627456807.jpeg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주택시장은 앞으로도 뜨거울까요. 정부는 28일 집값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입니다.


“하반기 아파트 청약이 조기에 이뤄진다. 전문가들도 집값을 고점으로 인식한다.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의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집값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또 주택구입 부담지수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선 만큼 추격매수보다 객관적 지표에 귀 기울일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가계 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반기 증가율이 8∼9%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대로 관리해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입니다.


홍 부총리의 경고에도 반응은 냉담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읍소’를 했다. 짠한 느낌마저 든다”고 촌평.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추격 매수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세제 강화나 등록임대 활성화를 추진했다가 선거를 의식해 한 발 물러섰습니다.


집값을 잡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급 확대. 또 하나는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 말을 부동산시장이 신뢰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 눈에 피눈물 나지 않도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뫼에 도전하는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