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부산의 한 가난한 예술가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민간 오케스트라 단원이던 그는 버스비가 아까워 왕복 40㎞를 자전거로 다녔습니다. 정장 차림에 어깨에는 무거운 악기를 짊어진 채. 아이 셋을 둔 가장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대리기사는 물론 음악학원과 방과후학교 강사로 일했습니다. 부업까지 뛰며 한 달에 손에 쥔 돈은 월 200만 원 남짓. 비정규직보다 못한 삶의 무게는 늘 그의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만 4년이 흐른 현재. 예술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요. 부산문화재단이 예술인 2000명에게 설문했더니 연평균 수입은 1059만 원에 그쳤습니다. 그중 42.5%는 5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 62.4%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입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배고픈 예술가들은 부산을 떠납니다. 예술 전공 재학생 460명 중 55.8%(연극 전공자는 94.1%)는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 국제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예술인 역시 사람이다.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육체는 쌀과 반찬을 필요로 한다(중략). 신진 예술가들의 진짜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누가 본인의 인생을 책임질 것인가? 본인밖에 없다.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을 하다가는 죽을 것 같은 거다. 이미 몇천 만원 쌓여있는 학자금 대출과 월세·생활비 등등.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면 이미 예술은 멀리 떠난다(중략). 애벌레에게 빨리 날아보라고 독촉해도 소용없다. 애벌레에게는 식탐을 채울 양식과 그걸 소화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 이후에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새 많은 문화·예술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F1963부터 홍티아트센터까지. 국립아트센터와 오페라하우스도 곧 착공합니다. 지난 7월에는 오시리아관광단지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가 건축심의를 통과. 예술가가 없다면 누가 이런 거창한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