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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에서 느끼는 것들(두 나라 대통령)

by 미국의 할배

2025년도 1월도 벌써 하반기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 짧은 시간 동안에 내가 나고 자란 모국과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두 나라의 대통령에 중요한 일이 있었다. 한나라의 대통령은 예견된 것이었고 또 다른 나라의 대통령에게는 예견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한나라 대통령은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상원과 하원을 모두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식으로 취임을 하였고 다른 나라의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이 되었다.

이 두 사건이 나에게 주는 이미지는 아주 상반된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서 정서적이나 감정은 우리나라이지만 법률적으로는 외국이고 현재 내가 살고 있고 시민이라고 공식 예권을 발급해 준 나라는 정서적으로는 외국이지만 법률적으로 우리나라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보는 내 생각과 감정이 다르다.

먼저 내가 태어난 나라의 대통령이 현직으로 구속되었는데 큰 감정의 동요는 없지만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대통령이면 국가 원수이고 국군 통수권자이며 절대 권력을 가졌기에 대통령이 구속된다는 생각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사태는 꼭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당 대표이기 때문에 구속이 되지 않거나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구속이 가능한데 최고 권력과 국가 원수라는 현직 대통령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구속이 되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사법부의 일부 사람들이 이념에 편향되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사법부가 망가지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 법이 어느 편이나 이념에 따라 적용된다면 그 법이 무슨 필요하며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법을 지키기보다 같은 편, 같은 이념을 만들기에 열중할 것이다.

법관이 친한 사람의 편에 서고 이념이 서로 같은 사람의 편을 든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이다. 한 사람의 법 적용은 몇 년이 걸리고 한 사람의 법 적용은 몇 달 만에 한다면 이는 법질서가 이미 상당히 파괴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법적으로 죄라고 판단한 일이 여론이 아니라고 한다고 죄가 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법으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 재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당독재 체제의 공산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법은 모든 잘잘못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법은 여론의 흐름이나 개인적 또는 이념적 친밀도로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흉악범의 죄를 물을 때, 국민감정이 폭발하므로 바로 즉결 심판으로 처형해서는 안 되는 이치와 같다. 아무리 용서할 수 없는 흉악범이라도 법에서 규정한 대로 벌을 주어야 한다 그게 법이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구속 사건과 야당 대표의 법 집행의 공정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치가 무너지면 그 나라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사법부의 중립이 그래서 중요하고 이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건이 이전의 나의 모국에서 일어났지만 이 사건이 나에게는 감정적 영향을 주지만 내가 법률적 외국인이므로 실질적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강 건너 불 보듯 하듯이 아무 일이 아니라고 신경을 끌 수만도 없는, 그 강 건너 불이 마치 내 집을 태우고 있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


이제 내가 법률적 구속력을 가진 우리나라 미국의 대통령 취임에 관한 생각이다. 어제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이야기는 더 이상 미국이 손해 보지 않고 미국을 강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관세를 물리며 파나마운하를 돌려받고 팔지 않겠다는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한다. 이렇게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가 강해지고 미국 시민에게 강한 국가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간단하게 생각하면 기쁜 일이다. 그러나 마냥 기쁘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내가 강해지되 다른 사람의 피해를 주지 않고 강해지면 좋은데 내가 강해지려는데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강해지는 것에 대하여 크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손해를 보고 있었는데, 그 손해를 이제 더 이상 보지 않고 평등하게 하겠다고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남의 나라 도와준다고 자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 또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서로 주고받고 서로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힘이 없다고 마구 무시하고 침략하고 다른 나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법률적 우리나라 미국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방식의 강한 나라가 된다면 이것 또한 끔찍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감정적 모국과는 서로 윈윈 하는 좋은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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