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다수를 장악한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종교계가 거리로 나와서 탄핵 반대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뜨겁다. 종교가 현실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갈리는 것이다. 사실 종교와 정치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나는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동시에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나라이므로 종교가 정치에 참여를 하자는 주장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주장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된다는 생각과 안된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의 생각을 특별한 규칙이나 고정관념으로 묶어 두려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된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의견의 표현이 폭력적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인 경우라면 공공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서 제한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국가를 다스리는 일은 어느 특정 생각을 가진 사람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모든 사람과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다스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종교도 예외 일수 없다. 우리나라는 정치에 참여를 하려면 정당을 만들고 그 정당을 통해서 정치를 하거나 그런 정당에 가입 또는 투표를 통해서 참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가 현실 정치에 참여를 원한다면 독일의 기독당처럼 정당을 만들어서 직접 현실 정치에 참여를 하면 될 것이다. 이는 특정 정치적 사안에 거리로 나오는 노동조합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데,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진 노조가 현실 정치에 참여를 원한다면 영국의 노동당처럼 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참여를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리로 나와서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것 또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었으므로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는 잘못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종교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것에 대하여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본래 존재 목적과 다르기 때문이다. 종교 행위를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가 그 설립 목적이 다른 행위를 한다면 마치 근로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설립된 노동단체가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종교라 하더라도 같은 사안에 서로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거리로 나오는 것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위해서 설립된 단체는 정당이며, 만약 특정 단체나 협회가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원하는 정당에 가입을 하거나 정당을 설립해서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 내에서 현실 정치에 대하여 그 종교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의견에 대한 표현을 투표라는 방식으로 참여를 하면 될 것이다. 이는 꼭 종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나 기타 이익 단체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각 단체나 협회 등은 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고 정당은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어서 더 많은 표를 얻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는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참여를 하면 될 것이다. 요즘처럼 각 이익 단체나 협회에서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자기주장을 한다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질서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일반 국민들은 개인이나 어느 특정 단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선전 선동에 냉정하게 판단하고 비판함으로써 함부로 휩싸이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