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 문제로 인해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동안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라며 장애인 은퇴 신청도 미뤄왔지만, 결국 작년 말에 신청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4개월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은 행정 처리가 느리기로 유명하고, 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앞으로도 최소 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장애인 은퇴가 허가된다면, 나는 아주 작은 은퇴 연금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
요즘 유튜브에는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라는 주제의 영상이 넘쳐난다. 어떤 영상은 최소 1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하고, 어떤 영상은 1억 원만 있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영상들 각각은 나름대로의 논리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수치들이 모두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계산상으로는 맞을 수도 있지만, 인생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은퇴 자금을 계획대로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은 예상과 다른 길을 걷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막상 은퇴 시점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상에서 말하는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도둑질을 하거나 무리한 투자를 감행해야 할까? 아니다. 그런 선택은 오히려 더 비참한 노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을 바탕으로 절약하며,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여유롭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형편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대저택과 고급 자동차, 해외여행이 어우러진 은퇴 생활을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하루 세끼를 겨우 해결하며 작은방에서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삶의 모습은 필요한 은퇴 자금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전자의 경우 수십억 원이 필요하겠지만, 후자의 경우 국가의 기본 지원금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과 은퇴 생활 중인 사람들에게 은퇴 생활의 진짜 준비는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마음의 준비에서 시작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음의 풍요로움과 돈이 필요하지 않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경제적인 준비보다 더 중요하다.
은퇴 전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는 미국에서 한 달 생활비가 1만 달러 이상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영상 속 사람의 사정과 시각일 뿐이다. 우리 집은 그 액수의 3분의 1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으며, 그 생활이 결코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만약 수입이 더 줄어들게 된다면, 주거지를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겨서라도 살아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삶의 수준에 맞게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서민이라면 서민답게, 그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여유가 있고 모든 것이 갖춰졌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현실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지혜다.
일을 할 수 없는 지금의 내 은퇴 생활도 마찬가지다. 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조건 속에서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낼 것이다. 서민으로서의 삶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젊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노후를 위한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 준비는 주로 경제적인 부분일 것이다. 반면, 이미 은퇴 시점에 있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에 맞춰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 즉 멘털과 건강관리가 될 것이다. 은퇴 준비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내면의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