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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창작과 저작권에 대한 생각

by 미국의 할배

지난 4월 23일은 '저작권의 날'이었다. 이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창작물을 보호함으로써, 그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그 결과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날이다. 창작물은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창작자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지적 자산이다. 따라서 이를 보호하는 제도는 개인의 권리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문화와 지식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된다.


공학이나 기술 분야에서는 최초로 개발하거나 연구한 결과물에 대해 논문이나 특허 제도를 통해 지적 재산권이 보호된다. 이러한 제도는 일정한 형식과 기술적 설명을 통해 도용 여부를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물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항상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 논리와 증거에 근거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적 객관성을 갖는다.


하지만 예술, 문학, 음악과 같은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문장이나 작품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이상 도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기가 어렵다. 창작자마다 표현 방식과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한 주제나 표현이 겹치더라도 그것이 우연인지 도용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신에 대한 자존심, 그리고 창작 윤리가 필수적이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인정하고, 그것을 배움의 기회로 삼으려는 자세가 없다면, 자신의 창작물이 도용당했을 때의 분노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인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원작자와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정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물건을 훔치듯 창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자기 것인 양 행동하는 사람들은 창작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창작자라면 높은 도덕성과 자존감을 갖고, 스스로 만든 결과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요즘은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창작의 개념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간단한 요구 사항만 입력해도, 마치 사람이 만든 것처럼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AI에 의해 생성되기도 한다. 때로는 사람보다 더 뛰어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AI가 일상 속 창작 도구로 자리 잡은 시대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AI가 만든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한 경우, 솔직하게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워드프로세서의 문법 교정 기능처럼, 다양한 형태로 AI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글을 쓴 후 문법이나 맞춤법을 점검하는 것도 결국 AI의 간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AI에게 질문하거나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는 ‘아이디어’ 자체를 창작물의 일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의도가 없다면 AI는 아무런 결과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인간의 요구와 개입은 여전히 창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AI는 그동안 학습한 내용에 대한 정보와 창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결국 누군가의 창작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AI가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한 정보를 사용하는 것과, 내가 직접 자료를 찾아서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결국, 창작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방식’으로 표현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AI 도움을 받아서 작품을 만든다면 그 저작권은 그 자신에게 있지만 그렇지 않은 AI 작품들은 ‘창작물’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그것을 활용하거나 참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온전히 자신의 창작물로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창작자는 자신만의 생각, 표현 방식, 그리고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정직하게 창작에 임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으로 창작의 정의가 흔들릴 수 있는 지금, 창작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자존감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창작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담은 고유한 표현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창작에 담긴 ‘진심’과 ‘윤리’는 대체될 수 없다. 결국 창작의 본질은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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