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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의 모순

by 미국의 할배

많은 사람들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행복이라 말합니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공통된 목적은 존재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과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애써 얻은 행복의 순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잠시 머물렀다가 곧 사라지고, 우리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돈을 버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긴 사람이 실제로 많은 돈을 벌게 되더라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고, 곧 새로운 욕구가 생깁니다. 결국 또 다른 행복을 좇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게 되면, 일시적인 만족감은 얻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공허함이 밀려오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머물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우리의 삶의 목적을 '행복'이 아니라 ‘거룩’이라고 말합니다. 참된 만족은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중심에서 비롯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원한다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더 본질적인 가치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또 다른 관점으로 ‘생존’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삶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생존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생존은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먹고, 입고, 추위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갑니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오늘 하루 먹을 것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입니다. 즉 생존을 위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들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행복’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고,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마치 음식의 ‘조미료’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생존이라는 본 요리를 만들어 가는 중에, 가끔씩 찾아오는 기쁨이나 사랑, 성공 같은 것들이 인생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는 조미료인 셈입니다. 조미료가 없다면 밍밍할 수는 있지만, 음식 자체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미료인 행복을 삶의 본질로 착각하게 되면, 즉 주객이 전도되면 인생은 오히려 더 불행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원래 음식인 생존이라는 삶을 제대로 요리하지 않고, 양념에만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삶은 때때로 쓰고, 짜고, 맵고, 예상치 못한 조미료들이 섞여 들어옵니다. 외로움, 실패, 슬픔, 고통 등은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은 생존이라는 본질적 삶을 더욱 깊이 있게 해주는 재료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의 방향입니다. 조미료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인 생존이라는 음식에 집중한다면 의외로 행복이라는 조미료를 덤으로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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