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야기 같고 언제 결론이 날지 노심초사하며 걱정하고 기대했던 대통령 선거도 마침내 끝이 났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대통령 보궐 선거는 6개월이라는 긴 여정을 거쳐 그 막을 내렸다. 누군가는 기쁨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아쉬움에 잠겼을 것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슬픔과 분노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지닌 존재로서, 매 순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간다. 기쁨과 즐거움의 감정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분노나 슬픔에 빠졌을 때는 그 감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감정이 있다면 바로 ‘분노’다. 기쁨이나 슬픔, 즐거움은 대체로 개인의 내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분노는 대인 관계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자신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심할 경우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망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분노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다른 어떤 감정보다 중요한 문제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며, 사회적으로도 주의의 대상이 된다. 많은 인간관계의 갈등과 충돌은 이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분노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누구나 총기를 자유롭게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집이나 차량에 총기를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는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격하게 감정을 표출할 경우, 심각한 폭력 사태나 총기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말다툼이 심해져 한 사람이 감정을 참지 못하고 총기를 사용해 여러 사람이 희생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말싸움이 벌어지더라도 상대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자극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의 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말다툼이 격해질 조짐이 보이면, 즉시 대화를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감정이 폭발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개인 사업을 하던 시절, 건물주와 언쟁을 벌인 일이 있었다. 어느 날 건물주는 일방적으로 사업을 그만두라며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이유는 고물상이 지저분하고 소음이 심해 이웃 가게들이 불만을 토로했고, 시청에서도 경고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계약 옵션 기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억울한 심정으로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큰소리로 언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주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당시에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감정이 격해진 나를 더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물러난 것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참기 어려운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기에, 자칫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미국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분노가 격해질 만한 상황에서는 절대 언쟁이나 싸움을 이어가지 않는다. 그 끝이 때로 ‘죽음’이라는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실제로 큰 싸움이 벌어지고, 그 끝이 총기 사고로 이어지는 사건이 종종 뉴스에 보도되기도 한다. 이런 위험을 생각하면, 말싸움조차 조심해야 한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큰 후회로 이어질 수 있고, 인생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 설사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더라도, 관계가 멀어지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분노는 반드시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총기 사고의 위험이 있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분노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