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에서 멀어지고, 나만의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점점 더 고립되며, 그럴수록 외로운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젊었던 시절의 추억에 젖어 살게 되고,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도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하곤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랜 투병 생활 후의 은퇴로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니, 세상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 속에 머물러 지나간 이야기만 하게 된다. 글을 쓸 때도 자연스레 그런 내용이 많아지고, 기껏해야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기록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오늘은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려, 과연 앞으로의 사회는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고자 한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지만,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결코 허황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는 과거의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AI와 로봇이 일상으로 깊이 들어오며, 그 영향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정마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이 등장해 요리와 청소를 대신하고,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일까지 맡게 될 것이다. 자가용 자동차도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면 굳이 개인이 소유하지 않아도 저렴한 비용으로 공용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정교한 전자식 주행의 도움으로 교통사고의 위험도 현저히 줄어들며, 이동 속도 또한 현저히 빨라지면서 지구상 어느 곳이라도 한 시간 이내로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런 편리한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초고속 통신망의 구축이다. 현재의 5G보다 수십 배 빠른 통신이 이루어져야 모든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자율 주행 차량들뿐만 아니라 사람이 소지하고 있는 기기들과도 통신이 이루어져야 순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에너지 혁신이다. 앞으로 대부분의 기기들이 전력으로 움직이게 되므로, 전력 생산량과 저장 효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태양열, 양자 발전기, 무선 충전 기술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동 중에도 자동 충전이 가능해져, 하늘과 지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개인 이동수단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AI와 로봇의 윤리적·법적 통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AI의 행동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제어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기술의 혜택을 받기보다는 기계의 지배를 받는 비극을 맞을지도 모른다.
넷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로봇과 AI가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생계가 위협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기술과 자본을 독점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격차가 심화된다면, 사회 불안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만의 감성이나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 혹은 로봇을 설계하고 유지·보수하는 직종들과 의료, 에너지, 우주항공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로 창출되어야 한다. 반면 운전, 단순 사무, 청소, 기초 의료, 단순 지식 전달과 같은 일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더 먼 미래에는 일부 부유층이 자유롭게 우주여행을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오랜 우주 체류에 필요한 간편식, 의약품, 쓰레기 처리 기술이 발전하며, 환경 오염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또한 암과 같은 불치병을 완치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고, 세포 배양을 통해 인공 장기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수명이 다하거나 병든 장기를 교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길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모든 일들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에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어 우리 후손들은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거나 후진국 국민으로 가난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