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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샤삭 Dec 09. 2023

1.  시작

-01. 첫째 아이의 언어 40개월


전문적 지식이 아닌 그저 나의 경험뿐 인
작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사이좋게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알게 되기까지 아이들에게서는 증상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마음에 걸리던 증상들과 답을 찾지 못해 해결 못했던 답답함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 여러 검사 후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지만 그 시작에 앞서 의사 선생님께서는 늦게나마 찾아온 제게 아쉬움을 표하시며 좀 더 빨리 찾아와 치료가 일찍 시작되었다면 아이들에게도 좋았을 거라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시간이 좀 흐르고 간 것인데 학업이 시작하기 전에 알았다면 아이들에게도 덜 어려운 학업 시작이 되었을 거라 하셨습니다.(학업성취율 때문이 아닌 학업 시작으로 얻게 되는 부정적 피드백을 줄일 수 있고 그 부분이 적을수록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두 아이 모두 ADHD라고 진단을 내리고 감사하게도 저를 위로하셨고 이 증상의 원인에 부모의 잘못은 없으니 자책하지 마시라 고 하시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셨습니다. 예상했던 결과로 슬프기보다는 원인을 알았으니 풀어나갈 방향이 잡혀 저는 기뻤습니다.


소개 글만 써놓고 또 차일피일 미루기를 시전 하는 중 잊을만하면 울리는 라이킷 알림을 보며 누군가는 읽어 주는구나를 느꼈습니다. 언제나 동기성은 높지만 실행이 부진한 저에게 라이킷 알림은 브런치로의 콜링이 되었고 미루기를 멈추고 다시 동기성을 불태울 시작 버튼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써갈까 생각을 하다가 제 글을 읽는 분들은 ADHD와 어느 정도 관계를 가진 분들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놓쳤던 아이들의 성장과정 속에서의 힌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갈까 합니다. 그 힌트들의 의미를 일찍 알지 못했던 아쉬운 경험들이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누군가에겐 좀 더 빠른 시작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첫째의 언어 발달

첫아이가 태어나면서 그 과정은 평범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임신 기간 10개월 동안 아이 발달 과정, 수유, 이유식 등등 처음인 육아에 대해 책으로 정보를 열심히 익혔고, 준비 후에 맞이 한 첫아이는 지식 양과 상관없이 아무것도 모르겠고 어렵기만 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아이 있는 집은 누구나 가지고 있던 노란색 두꺼운 대백과, 119 책을 끼고 한참을 들여다봐도 몰라서 병원으로 달려가며 허둥거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은 책과 좀 차이가 있었는데 그 작은 차이는 초보 엄마에겐 멘붕을 주기에 충분한 오차였습니다. 그 기간을 표현하자면 허겁지겁/횡설수설/우당탕탕 그 자체였습니다. 


첫째의 신체 발달 과정은 눈에 띄는 문제없이 금세 자라 휙휙 뒤집기를 하는 시기가 오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제 감정도 같이 휙휙 뒤집혔기도 했습니다. 이상한 부분을 처음 느낀 건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첫째는 신체적 발달( 목 가누기, 눈동자 움직임, 혼자 뒤집기, 혼자 앉기 등)은 정상이었고 어떤 건 조금 빠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옹알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틈틈이 무릎을 세워 아이를 올려두고 마주 보며 말도 걸고 책을 읽어 주거나 동요도 불러주고(상당한 음치입니다만) 여러 오감놀이도 시켜주었지만 과묵한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내는 소리는 웃는 소리, 우는소리뿐이었고 상당히 과묵했던 아이였는데 그게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아이의 성향쯤으로 여겼습니다. 보통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정은 12-24개월에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 단어를 흉내 내는 말들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8개월쯤 되면 엄마의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으며 두 단어 혹은 이상 결합하여 아주 간단한 문장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소통을 시작합니다.


큰 아이의 발달과정에 문제점을 느낀 건 아이가 18개월이 되었을 때입니다. 그때까지도 기다리던 언어 발현이 일어나지 않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가 정확히 사용하는 단어는 오직 "엄마" 하나였고 아빠는 파, 아파 도 파, 물은 무, 밥은 바 등 아주 간단하고 꼭 필요한 단어 약 12개 정도를 사용했으나 그나마도 한 글자로 줄여 말하거나 전혀 다른 한 글자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큰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를 언어가 안되니 대신 손짓발짓을 이용한 보디랭귀지로 소통했습니다. 그때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건 아이의 감성적 표현이 풍부한 편이었는데 ( 지인과 센터 선생님도 그 부분에 의문점을 가지셨습니다) 언어 사용이 늦는 것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언어 발달이 늦는 경우를 찾아보고 대표적 이유로 자폐스펙트럼과 지능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언어 외에 증상의 특성을 꼼꼼히 살피고 아이의 반응과 상태를 점검해 나갔습니다. 


아이는 30개월이 되도록 여전히 사용하는 단어가 15개를 넘지 못했고 그나마도 똑바로 발음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령 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단어 서너 개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드는 것조차 불가한 상태의 많이 뒤처진 언어발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언어 외에 다른 문제가 없어 안도했지만 34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언어 문제는 있었기에 남편과 상의 후 급하게 센터를 찾게 되었습니다. 


눈부시고 찬란한 따뜻한 애정 어린 안부와 염려를 주는 자신의 마음에 취해 깜박하고 숨기지 못한 가시의 날카로움에 찔려 다친 나를 보는 눈들을 잃었다.

아이의 발달 문제는 주변 사람들 눈에도 띄었고 저마다 한 마디씩 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결정하고는 더 많은 말들을 하기 시작했고, 예상할 수 있듯이 조언과 염려의 말은 전부 "엄마 탓 "이었습니다.  

엄마가 말을 잘 안 하면 아이가 말이 늦다더라 말을 많이 걸어야 한다

3개 국어를 하는 대기업을 다니던 어떤 엄마가 아이를 앉혀놓고 하루 종일 3개 국어로 떠들다 어느 날 말문이 트인 아이도 3개 국어를 구사했다더라. 엄마가 유능해야 아이도 잘 큰다. 엄마 무식이 아이에게 옮는다.

엄마가 아이와 교류가 없으면 아이가 언어 발현이 늦어진다. 요즘 엄마들은 핸드폰만 쥐고 있다던데..

늦된 아이도 있는데 기다려주면 다 한다. 나도 어릴 때 늦게까지 안 걸었는데 지금은 잘 걷는 거 봐라.

기다리면 될 일을 엄마가 유난이다. 시간 지나면 다 할 걸 돈 지랄한다. 돈이 남아도나 보다.

정신과 기록 남겨서 나중에 아이 인생에 허점 남겨 두고두고 발목 잡히게 하려고 바보짓한다.

멀쩡한 애 정신과 들락거리며 정신병자 만드네. 엄마가 오히려 없는 병 키운다.

옛날엔 애들끼리 알아서 잘 컸는데 애가 하나 있으니 엄마가 끼고  모든 걸 다 해주니 애가 자랄 틈이 없다.

애착 이불을 아직도 안고 다니는 거 보니 애가 애정결핍인 거 같은데..


 한참 지난 일이었지만 다시 적는 것만으로도 기억이 선명해져 감정적으로 무거워지는 말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말들만 모아둔 것 일뿐 사실은 더 많았습니다. 참으로 진심 담긴 애정 어린 조언이었겠지만 저에겐 많이 아팠던 말들이고 스스로에게 짐이 되며 죄책감을 실어주는 말들이었습니다. 그 조언들을 들으며 누구 하나 저의 선택을 응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중 누구도 저의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같이 책임져 줄 사람 또한 세상에 오직 자신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스스로의 선택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12~40개월까지는 신체, 뇌, 인지발달 등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기에 발달하는 모든 부분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문제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길게 오래 지속되기도 했고 가장 유력한 원인을 가진 부분이기도 한 언어발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 보았습니다.


성장하기 위한 발돋움을 위해 까치발 들고뛰기

아이의 언어는 느렸지만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았는데 아이가 언어 대신 선택한 소통의 방식은 보디랭귀지였습니다. "엄마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아요"를 몸짓으로 설명하는데 보는 사람 누구나 같은 뜻으로 알아들을 만큼 명확한 표현이기는 했습니다. 말로만 들으면 웃긴 소리 같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면 아이의 몸짓은 언어적 소통으로 인식하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TV 채널 1박*일에서 모 연예인이 속담을 몸으로 표현했던 것처럼 모두에게 개그지만 우리에겐 아이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방식이 되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도전보다는 안위로 언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자신의 입안 근육들을 사용해 어렵게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당장의 표현들로 충분한 소통과 이해를 받는 편리한 방법에 더 집중했는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아이를 데리고 센터로 찾아갔고 그 첫날 아이의 상태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언어 인지 능력, 언어 구사력, 언어 지능지수, 생활/학습 언어 습득률, 종합심리 테스트 등 많은 테스트가 이루어졌지만 다행히 아이가 잘 받아들여 줘서 검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심한 상태였습니다. 아이의 모든 언어적 방향은 최하위였습니다. 점수가 너무 낮아 추가로 지능발달검사까지 했을 정도로 낮은 점수였습니다. 아이를 점수로 환산한 숫자로 이해하는 건 마음적으로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위해 제 감정은 한참 뒤로 미뤄둬야 할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상 치료가 가능한 시기는 6개월뿐이었고 사정을 설명하니 치료사분께서 보통 주 1회 하는 치료이지만 초반 2달은 주 3회로 치료해 가고 성장하는 것을 봐서 주 2회로 낮추면 1년 치료 과정을 다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해 주셨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매주 3회 치료는 아이 스스로에게도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과정이었기에 힘들어하고 어려워할 것이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즐겁게 잘 따라가 주었습니다. 그리고 종합심리검사 결과로 아이의 성향을 알게 되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시간 뒤에 반드시 혼자만의 공간에서 분리되어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채울 시간이 필요한 아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제일 작은방을 개인방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좀처럼 사용을 안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아이는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지만 완전히 혼자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거실 한 공간에 좀 널찍한 놀이 텐트를 지어주고 아이의 애착 이불과 조명(어두운 것에 극도로 두려움이 있어서)과 폭신한 쉴 장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잘 놀다가 "잠깐"(발음은 부정확했지만 치료 시작을 하며 언어 표현을 하기 시작) 하고 멈추고는 텐트에 들어가 2-30분 정도 쉬고 나와 다시 놀이와 학습을 시작하며 눈에 띄게 스트레스받거나 짜증을 내는 일들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언어 치료와 함께 다행히 때마침 어린이집 자리가 생겨 낮에는 어린이집을 가고 오후에는 주 3회 치료를 진행했고 매일이 다르게 발전해 나갔습니다. 첫 주에 아이가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의 양은 3배로 늘었고 항상 앙 다물어져 있던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오물오물 단어들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발음은 많이 부족한 상태여서 저 외에는 못 알아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이는 포기와 실망 없이 신나게 배워나갔습니다. 선생님의 지시사항대로 아이의 잘못된 발음은 그때그때 고쳐주고 아이가 사용한 표현 보다 아주 조금 발전된 문장으로 다시 정정해서 알려주며 집에서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그 말들을 따르며 혹시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교정 상황에 속이 상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꾀 긍정적인 반응으로 열심히 따라 해 주었습니다.

말 한마디에도 계속해서 교정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첫째는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에 자랑스러워하며 교정해 주는 것들에 집중하며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였고 그 태도에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습니다.


치료 과정 중 엄마에게 배분된 역할

모든 순간이 학습의 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아이 마음을 최우선으로 하기

아이의 표현 문장에 아주 조금만 더 긴 문장으로 바꿔 말해주며 따라 하게 하기

     -예) 아이-"엄마 밥" -> 엄마-:"응 밥이 왜~?" ->"밥(먹는 시늉을 함)"-> "밥 주세요"를 말하는 거지? 말로 해야 알아 말로 해줄래? -> "바 주떼요" -> "그런데 지금 밥 왜 달라고 한 거야?" -> "(배를 쓸며 배고픔 표현)" ->"배고파서 밥 먹고 싶어요"라는 거지? 다시 말해줄래?->"엄마, 바꼬파, 바 주떼요

문장 만드는 것이 조금 발전하면 그때는 발음도 같이 교정에 도움 주기

엄마의 반응이 중요. 잘못된 표현에 움직이지 말기

어려운 방법보다 쉬운 것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니 아이의 언어적 표현 습관(행동 표현)을 넘어가면 안 된다.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뒤로 돌아가 쉬운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면 안 된다.


이걸 보고 아이에게 진작 가르치며 키웠으면 될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전에도 같은 시도를 했지만 아이는 큰 스트레스와 거부반응을 보여 왔었습니다.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학습과 교육은 어려웠고 그래서 센터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치료사분께 여쭤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도 어린 나이지만 선생님과 엄마의 감정적 위치를 알기 때문에 엄마와는 거부하던 어려운 노력들을 엄마만큼 허용과 받아줌의 틀이 넓지 않은 선생님에게는 금방 굴복하고 선뜻 어렵지만 배우기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작은 알을 깨는 두려움을 마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치료 진행으로 도움은 받겠지만 이것은 부스터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일뿐 가장 중심은 가정에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치료를 받으며 모든 것이 치료에 맡겨지고 가정이 보조 역할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하시며 가정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 치료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매번 당부하셨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6개월의 시간 동안 결국 문장 구성력과 언어표현력이 자신의 연령에서 3개월 뒤처진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여전히 발음은 갈 길이 멀었지만 치료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한계 없는 성장을 경험하였고 그 경험은 스스로에게 어려움을 견디더라도 해야 할 이유와 동기를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시작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얻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처음이라 분량을 얼마나 하는 것이 적당하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읽어 보시고 너무 길거나 짧다는 분들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지적도 좋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시기에 언어 외에 발달과정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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