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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인간 같으니라고

기도1

by 늘봄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이제 고등학교 생활도 끝이 보인다.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등하교를 하면서 성당과 교회에 붙여진 수능 100일 기도 현수막을 봤다. ‘이런 한심한 인간들. 기도한다고 대학이 붙나? 결국 지 실력으로 가는 거지.’ 속으로 그들의 간절함에 찬물을 끼얹어 본다.



미션 스쿨이라 그런지 학교에 기독교 학생이 많다. 우리 반은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친구들은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해주세요.”라고 빌곤 한다. 역시 한심하다. ‘그럼, 대입하는 학생 50만 명이 기도하면 신이 그걸 다 들어줄 수 있냐고.’



수시 원서 접수 마감 날이다. 버튼 하나면 나의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난다. “딸깍” 버튼을 누르고 외쳤다.

“하느님, 부처님...!” 그렇게 내 기도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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