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하는 민주정신으로의 위협
2024년 12월 3일 22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고, 집에서 내일을 준비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써, 국가의 주인임을 인정받으며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12월 3일 대한민국이 안전하다는 믿음은 무너졌다.
당일 학회를 끝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계엄 선포 사실을 직면하고, 나는 지금까지의 공부와 방금 전까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던 행위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탱하던 토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의미는 근본적으로 두려움을 낳고, 인간은 두려움으로부터 위기감을 느낀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약 90%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20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법과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도 탄핵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20대들이 이토록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이성적 판단에만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20대는 살면서 한 번도 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위협받은 적이 없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20대들에게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지금껏 책과 영화로만 접했던 민주주의의 위기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민주주의의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법적·이성적 판단도 탄핵을 지지하는 이유이지만,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위기감. 바로 이 위기감이 20대와 국민 전체가 탄핵을 소망하게 된 결정적 이유이다.
인간은 물리적인 상호작용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때로는 정서적인 변화가 물리적인 변화보다 삶에 더 깊고 큰 변화를 일으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인간은 개별적인 상황에 부합하는 적합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으로부터 행동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비정상적인 계엄이 국민과 국회의원으로부터 해제된 지금, 우리 20대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현 시점에 꼭 맞는 감정이고, 20대들이 그리고 전국민들이 탄핵을 위해 광장으로 나가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선택이다.
문제가 심각할 때,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합목적성에 부합한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당장의 선택을 단지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전국민이 느끼는 위기감과 법적·이성적 판단 그리고 합목적성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 가장 적합하고 정의로운 선택을 내려야 한다. 국회의원의 적합한 선택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정의로운 심판과 국민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해소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1.「[리얼미터 尹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 ①탄핵 ‘찬성’ 73.6%, ②내란죄 ‘해당된다’ 69.5%, 『REALMETER』, 2024.12.05.(2024.12.07.검색) (http://www.realmeter.net/%EB%A6%AC%EC%96%BC%EB%AF%B8%ED%84%B0-%E5%B0%B9-%EB%8C%80%ED%86%B5%EB%A0%B9-%EB%B9%84%EC%83%81%EA%B3%84%EC%97%84-%EC%84%A0%ED%8F%AC-%EC%82%AC%ED%83%9C-%E2%91%A0-%ED%83%84%ED%95%B5/)
2. 위 자료는 SBS, MBC 등의 언론기관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임으로 믿을 만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