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다 나을지를 알려주세요
재활치료실에서는 매번 정각에 치료사들이 직원실에서 우르르 나온다. 자석처럼 각자 담당에게 향해 간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홀로 남으신 분을 찾았다. 저 멀리서 휠체어에 앉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두건을 쓰신 분이 눈에 들어왔다. 첫날은 간단히 치료실 내부를 알려드리고, 치료스케줄표와 각 치료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근력과 감각, 일상생활동작을 평가한다. 그리고 재활치료의 목표를 정한다.
그분은 하반신 마비로 재활을 위해 입원했고 나와는 첫 재활치료였다. 그분의 재활치료의 목표는 퇴원 시, 휠체어를 타지 않고 생활하기였다. 그래서 최대한 하지의 감각과 운동신경을 자극시킬 수 있도록 치료계획을 잡았다.
나는 항상 그분의 치료시간이 되어 찾으러 갈 때마다 두건을 먼저 확인했던 것 같다.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는 두건맨.
다음날 첫 치료가 다 끝난 후, 두건맨은 기대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나는 웃으며 무슨 말을 하실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쯤 다 나을까요?”라고 두건맨은 나에게 물었다.
그 질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어서 나는 당황했다. 나는 사실 그때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정확히 알 수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헛된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그건 옳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 고민들이 나를 어지럽게 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대답 없는 나를 보고는 두건맨은 한숨과 함께 서글픈 표정으로, 갑작스러운 병원생활을 한탄했다. 그리고는 두건맨은 나에게 그전에 무슨 일 했는지 그리고 그분의 가족사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다. 그때부터 두건맨은 이따금씩 나에게 언제쯤 나을지에 대해 물어봤다.
보조 없이 홀로 앉아서 유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잠시 매트에 손을 짚고 쉬는 중에 언제 다 나을지에 대해 나에게 다시 물어봤다. 이때는 뜸 들이지 않고 그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두건맨에게 “회복속도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빨리 나을 수도 있고, 천천히 나을 수도 있죠. 하루하루 나아지는 걸 봐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듣고는 두건맨은 “다음 주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데! “라고 해서, 나는 “휠체어 이용해서 잠시 급한 일 처리하고 오시면 안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분은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지 말고, 빨리 낫게 해 줘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약간 성을 낸 게 머쓱했는지, “크킄, 내가 치료사님을 너무 못살게 구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은 치료 끝나고 원장님 만나서 상담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라고 대답하고 치료를 이어갔다. 치료가 끝난 후 두건맨은 원장님과 상담을 했고 나는 바로 다음 치료를 가야 해서 그 안에서의 대화는 알 수 없었다.
몇 주 후에 두건맨이 배드에 누워계셔서 한참 찾다가 얼른 운동치료를 시작하는데 그분은 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뭔 일인가 싶어 얼른 다가갔다. 두건맨은 비밀스럽게 속삭이면서 “정확히 몇 개월 뒤에 나아? 살짝만 말해줘. 괜찮아 “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또?라는 생각과 함께 이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뭐라도 알려드리고 싶었다. 두건맨에게 "제가 정확히 알면 바로 말씀드렸겠죠, 1년이 걸릴 수도 있고요 “라고 말했다.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려다가 그분의 휘둥그레지는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나의 말에 두건맨은 “1년?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에 못 있어.”라고 말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분의 울적해진 표정을 보고 나는 “휠체어를 안 타는 게 목표이셨잖아요. 최대한 빨리 낫도록 치료해 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봐요! “라고 대답했다. 두건맨은 한참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다가 결국 알겠다는 듯, “운동이나 하자”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 ‘언제쯤 다 나을까요 ‘라는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비슷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입원하신 지 다섯 달쯤 됐을 때 점점 치료실에 못 나오는 상황이 잦아졌다. 몸이 안 좋아서 치료실에 못 온다는 간병사의 전화를 자주 받았었다. 그러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갑작스럽게 두건맨과의 치료는 끝이 났다.
나는 ‘언제쯤 다 나을까?‘라는 질문에 좀 더 의욕과 활기를 전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자꾸 생각이 난다. 두건맨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그래도 두건맨은 어디선가, 또 누군가에게 미소 띤 표정으로 '언제쯤 다 나을까요?' 묻고 계실 것 같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향해 힘차게 삶을 살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완전한 쾌유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