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랠: 음식의 맛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3

(유튜브 [에스프레소 철학], "음식예술" 제9강)

by 권오상

• 프랠(David Wight Prall, 1886–1940)의 ‘미적 표면’에 대해서


1. 미각은 예술적 감각인가?

1) 거리감각과 접촉감각

인간의 오감 중에서 시각과 청각은 신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이도 어떤 대상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눈을 뜨면 멀리 있는 산과 강을 볼 수 있으며, 귀를 열면 멀리서 들여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시각과 청각을 ‘거리 감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미각과 후각, 촉각은 감각 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감각할 수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씹고 삼키는 과정에서 미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코로 어떤 냄새를 직접 맡아야만 그 냄새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손 끝으로 어떤 대상을 만져봐야만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와같이 미각, 후각, 촉각은 대상과의 직접 접촉으로 신체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래서 그런 감각들을 ‘접촉 감각’이라고 부른다.


2) 플라톤이 보는 아름다움의 느낌

플라톤(Platon)은 어떤 대상과 거리가 있어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보았다.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은 거리에 의해서 여과되고 ‘정신화’되기 때문이다.(1) 그래서 시각과 청각만이 예술적 감각으로 인정된다. 플라톤의 관점에서 미각, 후각, 촉각은 예술적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2. 미각의 아름다움


1) 프랠(D. W. Prall)의 ‘미적 표면’과 ‘미적 내용’

프랠은 그의 저서 Aesthetic Analysis(1936)(2)에서 ‘미적 표면’과 ‘미적 내용’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미적 표면”(aesthetic surface)은 어떤 대상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경험(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하는 것이다. 즉 그것은 하나의 감각 작용을 말한다. 그런데 그런 감각들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적이고 감정적인 특징을 갖는 느낌이다.

“미적 내용”(aesthetic content)은 어떤 대상을 경험할 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내용)이다. 그것은 색상과 소리, 물결의 움직임과 같은 흥미로운 성질들이다.


2) 감각 경험이 갖는 예술적 특징

프랠은 플라톤과 달리 모든 감각 경험들이 예술적 특징을 지닌다고 보았다. “감각 경험은 본질적으로 미적(예술적)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외부 대상과의 작용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 일반적으로 경험의 감각적 요소들은 ... 바로 아름다움의 재료들이다.”(3)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각과 청각 뿐만 아니라 미각, 후각, 촉각 등의 ‘접촉 감각’ 또한 미적 쾌락과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다. 프랠은 시각과 청각의 경험이 다른 감각(미각, 후각, 촉각)에 비해서 신체와 적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입천장은 귀보다 더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딸기의 맛은 그 색깔이나 모양보다 더 많은 신체적 기능을 갖지 않는다”(4)

프랠에 의하면 시각과 청각이 미각과 후각보다 덜 신체적이거나 우월한 것은 아니다. 다 같은 미적 표면을 갖는 감각적 요소들로서 아름다움의 재료를 제공한다.


3) 미각과 후각은 시각, 청각과 동등하다

우리는 음식을 실제로 먹어보지 않고도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포도주의 맛은 삼키지 않고도 음미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은 음식의 물질(substance)이지 물성(quality)이 아니기 때문이다”

와인 소믈리에는 먹어보지 않고도 맛을 숙고하는 중요한 모델이 된다. 소믈리에는 여러 개의 와인을 평가하기 위해 입 주위에 와인 잔을 갖다 댄다. 그리고 후각의 비후(肥厚) 통로를 이용하기 위해서 와인을 가능한 한 목구멍에서 멀찍이 갖다 놓는다. 그리고 그의 후각 안에 있는 것들을 내뱉으면서, 그리고 하나 하나 모두 경험하면서 평가한다. 그렇게 내뱉는 행동은 평가되는 물질, 즉 와인이 취하게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맛의 쾌락은 먹는 것의 쾌락과 분리될 수 있다. 맛을 보는 것은 음식의 미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며, 음식을 삼키는 것은 영양 섭취와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맛을 보는 것은 시각과 청각의 대상을 숙고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음미될 수 있다. 한 잔의 커피는 자양분, 따뜻함, 카페인의 자극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적 안락함을 제공한다.

“만약 우리가 완전히 몰두한 상태에서 커피를 음미하게 된다면... 그것은 ‘미적 표면’에 직접 주어지는 것으로서 “사심 없는 쾌락”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5) 그런 맛은 자양분을 생각하지 않고 음미하는 것으로, “사심 없는 쾌락”이 될 수 있다.


[각주]

(1)Edward Bullough, “‘Psychical Distance’ as a Factor in Art and an Esthetic Principle,” in A Modern Book of Esthetics, ed. M. Rader, 3d ed., 1960, p.410.

(2) David. W. Prall, Aesthetic Analysis, New York: Crowell, 1936.

(3) David. W. Prall, Aesthetic Judgement, New York: Crowell, 1929, pp.28, 56.

(4) Prall(1929), p.60.

(5) Prall(1929),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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