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에스프레소 철학], "음식예술" 8강)
1) 피아노 건반과 음식의 맛의 차이
피아노 건반은 음높이의 고저에 따라 배열되는 원칙이 있다. 그와 같이 음식의 맛과 냄새를 배열할 수 있는 원칙이 있는가?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같이 음식의 맛과 냄새를 조화롭고 체계적으로 즐길 수 있는가? 음식의 맛과 냄새에서“체계적이고 반복적이며 규칙적인 조합을 찾을 수 있는가? (1) 이런 물음과 관련해서 비어즐리는 “왜 맛의 심포니와 냄새의 소나타가 없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2) 청각: 순차적 질서에 따른 배열
음악의 톤(tone, 音調)은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 빠르고 느린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두 개의 피치(pitch: 高低) 중 하나는 반드시 다른 피치보다 높아야 한다. 피아노 건반은 그런 음높이의 고저에 따라 배열된다. 따라서 청각예술의 특징은 순차적 질서를 갖는 데 있다.
3) 후각과 미각: 순차적 질서의 부재
그러나 맛이나 냄새에는 체계적이고 반복적이며 규칙적인 조합이 없다. 향수나 호박파이의 냄새를 공중에 날렸을 때, 그것을 순차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냄새나 맛은 연속적이고 순차적으로 배열될 수 없다. 특히 맛에는 어떤 순차적 질서나 관계를 적용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금속성의 맛은 단맛의 어떤 순서(매우 단맛, 중간 단맛, 약간의 단맛)로도 배열될 수 없다. 금속성의 맛과 단맛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맛은 특수한 사례들로만 제시될 뿐 어떤 관계도 형성되지 않는다.
4) 예술로 구성될 수 없는 음식의 맛
미각이나 후각에 순차적이고 체계적 질서가 없다는 것은 음식의 맛을 예술로 구성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음식을 먹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은 우리에게 예술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5) 맛의 심포니와 냄새의 소나타가 없다는 것
맛의 심포니와 냄새의 소나타가 없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시각과 청각에는 체계적 질서가 있고, 후각과 미각에는 그런 체계적 질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후각과 미각이 시각과 청각에 비해 ‘낮은’ 감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2)
1) 맛의 질서
퀴넷(Marienne Quinet)은 과연 미각과 후각에는 예술적 구성 형식에 필요한 질서가 결여되어 있는가?(3)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맛에는 질서가 있다. 싱거운 맛에서 짠맛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질서 지워질 수 있다. 또한 신맛, 단맛, 짠맛은 최소치에서 최대치에 이르기까지 질서 지워질 수 있다.
2) 맛의 관계성
비어즐리는 금속성의 맛과 단맛이 별개의 것이라고 보았으나 퀴넷은 그것이 “좋은 조합”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단지, 현재 우리는 그런 두 가지 맛 사이의 관계를 ‘독자적인 용어’나 ‘과학적인 용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과학이 더욱 발달하면 무지개의 색을 빛의 파장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방식과 같이 그런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4)
지금도 맛의 관계와 원리는 다음과 같이 체계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a. 똑같은 재료들이 여러 가지 조리 과정에서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양파의 맛은 볶음요리와 국요리에서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다. b. 본래의 것과 충분히 같은 맛을 내는 다른 재료들이 발견될 수 있다. 꿀의 단맛과 설탕의 단맛, 소금의 짠맛과 간장의 짠맛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이 더욱 발달하면, 이런 “맛과 냄새의 관계”를 설명하는 ‘독자적인 원리’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각이나 청각과 같이 체계적인 설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 소나타(sonata): 3~4악장으로 나누어진 다악장 곡, 악장별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고, 한 악장 안에는 제시부-발전부-재현부와 같이 뚜렷한 방향과 구조가 보인다.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월광 소나타 등.
• 심포니(symphony): 관현악(orchestra)의 합주를 위해 작곡한 소나타를 심포니(교향곡)라고 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미완성 등.
[참고문헌]
1)Monroe C. Beardsley ,Aesthetics: Problems in the Philosophy of Criticism, NewYork: Harcourt, Brace and Company, 1958, p.99.
2)Beardsley, Aesthetics, pp.98-99.
3)Marienne L.Quinet, “Food as Art: The Problem of Function”, British Journal ofAesthetics 21(2), 1981. p.167.
4)Ibid., p.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