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신너: 음식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1)

(유튜브: [에스프레소 철학], "음식예술" 7강)

by 권오상

1. 문제 제기

음식은 건축, 음악, 그림, 조각, 시와 같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한 조각의 케이크를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과 비교될 수 있는가?


2. 흄의 관점

흄(David Hume)은 미각적인 맛과 예술적 취미 사이에 커다란 유비(類比) 또는 유사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미각적인 맛을 예술적 취미로까지 확장시켜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한 조각의 케이크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흄은 산초의 친척들이 와인 통에서 가죽의 맛과 금속성의 맛을 발견한 모델에서, 맛의 느낌, 와인, 미적 정서, 예술성의 4가지 요인들이 논리적으로 호환될 수 있다고 간주했다. 그는 “가죽끈이 달린 열쇠를 발견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일반 규칙이나 구성 패턴을 산출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2) 다시 말해서 흄은 미각적인 맛과 예술적 취미 사이의 호환 가능성을 인정한다.


3. 로저 신너의 관점

그러나 로저 신너(Roger Shiner)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한다. “예술 작품이 미적 성질을 보유하는 것과 와인이 단맛이나 신맛을 보유하는 것은 같은 것인가?”(1) 신너는 미각적인 맛과 예술적 취미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관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신너는 흄의 “돈키호테의 와인 모델”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미각적인 맛과 예술적 취미는 엄밀한 의미에서 구분되어야 한다.”(3) 미각적인 맛은 음식의 풍미, 질감, 향 등을 잘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술적 취미는 예술 작품의 미적 성질을 더욱 세밀하고 섬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4. 인과이론과 표준이론

신너는 인과이론과 표준이론의 차이가 그런 구별의 근거라고 본다. 우선 인과이론은 맛의 판단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맛의 판단은 맛의 대상(음식)과 연결된 인과적 과정에서 비롯된다. 맛의 인과이론은 맛의 판단이 그 대상인 음식으로 환원된다.(환원주의) 예를 들면, “이 짜장면은 맛있다.”라는 판단은 짜장면이라는 대상(음식)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표준이론은 예술적 취미 판단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수자(John Philip Sousa)의 행진곡과 베토벤(Beethoven)의 현악 4중주는 역동적 긴장감”이라는 표준에 비추어 판단해 볼 수 있다. 그런 표준에 비추어 보면 수자의 행진곡이 훨씬 더 역동적 긴장감이 있다. 예술적 취미 판단에는 이런 표준적 규칙이 있다. 한 곡의 음악에는 역동적 긴장감과 함께 조화로운 구조, 리듬 등과 같은 “표준적 규칙”이 있다.


5. 표준적 정당화와 인과적 정당화

신너에 의하면, 예술적 취미와 미각적인 맛의 정당화에는 서로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예술적 취미에는 표준적 정당화의 일반 규칙이 적용되고, 미각적인 맛에는 인과적 설명의 일반 규칙 적용된다.

예술 작품은 공인된 예술의 표준에 비추어 판단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각적인 맛에는 인과적 표준의 일반규칙이 적용된다. 돈키호테의 와인 모델에서 “가죽 끈이 달린 낡은 열쇠는 와인에서 쇠와 가죽의 맛을 낸다”라는 산초 친척의 말(판단)은 “섬세한 맛”이라는 표준이 적용된다. 이런 섬세한 맛의 표준은 인과적 표준의 일반 규칙이 적용된 것이다.

현대는 보다 세련된 인과적 표준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와인의 화학적 구성 성분을 분석해서 포도주의 맛을 판단하는 현대의 포도주의 양조학은 산초 친척의 판단보다 ‘세련된’인과적 표준이 적용될 수 있다.




[각주]

1. Hume David, “of The Standard of Taste”, Essays Moral, Political, and Literary,edited by Eugene F. Miller, Indianapolis: Liberty Fund, 1987.p.235.

2. Roger A. Shiner, “Hume and the Causal Theory of Taste”, The Journal ofAesthetics and Art Criticism, 54.3, 1996, p.241

3. Shiner(1996),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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