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음식 미학

(유튜브 [에스프레소 철학], 음식예술 제5강 )

by 권오상

1. 예술은 절대정신의 전개 과정

1) 역사와 절대정신 :

만물의 변화와 인류 역사는 절대정신의 자기실현 과정(신의 섭리)이다. 역사적 변화는 절대정신이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조각가가 머리 속의 구상을 돌덩이를 파내며 구현해 나가는 것과 같다.(1)


2) 절대정신의 실현 방법 : 변증법

만물은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변화 과정에 있다. 그 변화의 원인은 내부적인 자기부정, 즉 모순에 있다. 원래의 상태를 정(正)이라 하면 모순에 의한 자기부정은 반(反)이다. 만물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운동하며 그 결과 새로운 합(合)의 상태로 변화한다.

정립: 定立(These), 반정립: 反定立(Antithese), 종합: 種合(Synthese)

씨앗 싹, 나무 열매


3) 예술의 발전 과정

예술은 절대정신의 변증법적 전개 과정을 거쳐 발전한다. 헤겔은 예술의 발전과정을 ‘상징적’(定), ‘고전적’(反), '낭만적’(合) 예술의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① 상징적 예술 단계(정립):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등, 고대 그리스 이전의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종교적 숭배를 위해 제작된 예술 작품이다. 그 작품들은 거대하고 웅장한 형태를 띠는데, 그것은 신의 '강함'이나 '위대함'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② 고전적 예술 단계(반정립): 고대 그리스 지역의 조각 작품으로,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 기원전 130~100년)와 같은 작품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 작품은 사랑과 미를 관장하는 여신인 아프로디테(비너스)를 묘사한 대리석상이다. 그것은 내용과 형식의 완전한 일치(1:1.618의 황금 비율이며 8등신)를 이룸으로써 미의 극치로 평가된다. 이 단계는 예술 그 자체가 신성의 직접적인 구현이며 종교였다.

③ 낭만적 예술 단계(종합): 중세 기독교의 회화로 대표되는 예술 단계다. 그것은 감각적 형식으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고차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정신과 역사의 최종 지점에 도달한 단계로 더 높은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2)


2. 예술과 감각

1) 예술의 정신성

예술은 인간이 자기의식(자기를 아는)과 의식(대상을 아는)으로부터 산출된 것으로 정신적인 것이다. 예술은 감각적 차원을 갖지만 그것은 정신적인 자기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예술의 이해에서 감각적 지각은 가장 낮은 것이며 최소한의 것이다.


2) 예술의 감각적 측면

① 미각과 후각

미각은 음식을 씹고 파괴하는 과정 속에서 맛을 느낄 수 있다. 후각은 그 대상이 사라져가는 과정에 있는 것만 냄새를 맡을 수 있다.(3) 예를 들면, 고기는 씹는 과정에서 파괴되면서 맛을 낸다. 꽃은 향기를 내면서 시들어 간다.

인간의 미각, 후각, 촉각은 대상(음식, 향기, 질감)을 직접적으로 감각한다. 그리고 그런 감각 대상과의 접촉은 인간에게 욕구를 일으킨다. 즉, 인간은 그런 감각적 과정 속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좋은 향기를 맡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런 지각 방식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

② 시각과 청각

시각과 청각은 대상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작동한다. 시각과 청각은 대상과 거리를 두고 감상할 수 있다.(거리 감각, 이론적 감각) 그래서 그것은 인간에게 욕구의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은 시각적 감상의 대상이지 먹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시각과 청각은 예술 작품(조각, 그림, 건축, 음악, 시 등)을 변형시킴이 없이 “있은 그대로”보고 들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각과 후각은 그 대상의 손실이나 변형을 요구하기 때문에 예술 작품이 갖는 영속적인 아름다움을 지각할 수가 없다. 따라서 헤겔은 시각과 청각만이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감각기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③ 상상력

헤겔은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각, 청각 외에 상상력을 포함시킨다. 상상력은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예술 작품에 대한 이미지와 기억이다. 시각, 청각, 상상력의 세 가지 지각 형식들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서 감상자와 대상을 분리시킨다. 따라서 감상자는 예술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욕구를 갖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미각, 후각, 촉각에서는 훌륭한 예술 작품과 관련된 가치들을 찾을 수 없다. 훌륭한 예술 작품의 가치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욕구와 대립하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훌륭한 예술 작품은 그 자체의 존재를 목적으로 한다. 그것은 그 외의 다른 목적(예를 들어 실용적 목적)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은 “예술의 자율성, 독립성”을 성립시킨다. 예를 들어,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3. 예술적 감각에 대한 경험론과 관념론의 차이

1) 로크, 흄 등 경험주의자들의 관점 : 아름다움은 ‘감각’(오감)에서 나온다.

2) 칸트, 헤겔 등 관념론자들의 관점 : 아름다움은 정신(지성)에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정신

적인 것으로 변치 않는 것이다. 미각과 후각은 대상을 변형시키기 때문에 진정한 아름다움

을 알 수 없다. 시각과 청각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대상을 변형시키기

않기 때문이다.



[각주]

1)https://susinjega.tistory.com/16492637

2)https://namu.wiki/w/변증법.

3)G.W.F. Hegel, Aesthetic: Lectures on Fine Art, trans. T.M.Knox, 2vols.(Oxford: Clarendon, 1975), pp.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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