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파트 앞에 분수대가 있다. 제법 그럴듯한 분수대다. 여름에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정말 시원스럽다. 서울로 이사와서 나는 할 일이 참 많았다. 우선 백두산 버섯 도감을 쓸 자료의 정리였다. 백두산에서 찍은 사진들을 동정하고 이것들을 분류군별로 배열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슬라이드북에 꼿혀있는 사진들을 도감으로 편집 할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또 도감을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를 찾는 일이다. 슬라이드 사진을 분류군별로 정리하고 이것들을 출판하기 쉽게 번호를 매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출판사를 여러군데 알아보았지만 선뜻나서는 출판사가 없다. 몇군데 접촉하여 알아 보았지만 출판 할 의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출판 준비작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출판할 출판사가 없으니 마음은 침몰하는 심정이다. 분수대 앞의 파라솔에서 슬라이드 사진을 꺼내놓고 일을 하면서 출판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서 일이 진전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학술정보(주)가 인터넷에 출판에 고민이 있다면 출판에 대한 고민도 해주겠다고 한다. 컴퓨터에 학술정보 게시판에 올라와서 나의 백두산 버섯도감을 낼려고 한다는 글을 보냈다. 이번에도 안되리라 생각하였다. 기대를 하지않았다. 사실 안되면 집을 팔아서라도 출판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회사 “김인건”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서 자료를 확인하기위해서 한번 우리 집을 방문 하겠다고 한다. 김이사와 직원이 함께 우리 집에 와서 버섯 슬라이드사진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계약을 체결하였다. 조건은 좋았다. 보통 도감은 5-7%선인데 10%로 하였으니 다행이었다. 나로서는 정말 한시럼 놓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무렵에 김이사가 퇴직하게되었다. 그래서 작업이 지지 부진하였다. 회사가있는 파주 출판단지를 찾아 갔다. 담당 과장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성의가 너무 없었다. 그래도 꾹 참아야했다. 나는 약자였으니까. 그래서 출판부장을 만나서 이야기 했지만 시쿵둥한 반응이다. 이렇게 수모아닌 수모를 당하면서 출판작업을 하게 되었다.
백두산의 버섯슬라이드 스캔을 위해 출판사에서 스캔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싼데다 스캔의 용역을 주어서 사진의 해상도가 너무 떨어졌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슬라이드가 전부 되돌아 오지 않아서 이야기 하였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에 안들었지만 내가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명절때는 조그만한 선물을 주어서 고마웠다. 다음에 의뢰 할때는 내가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백두산의 버섯도감 1권과 2권이 출판되었다. 그런데 이 버섯도감이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그렇게 되니 우선 조판비의 상당부분을 조달이 된 셈이다. 우수도서로 선정되면 정부에서 구매를 하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수도서로 선정되자 이번에는 자기들이 먼저 한국의 균류 1권에서 6권까지를 출간계약을 하였다. 인세는 7%로 하기로 하였다. 인세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한국의 균류 전부를 출간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분수대에서 물줄기를 뿜어내는 광경을 보면서 연전에 도감출간을 고민하든 때를 생각하니 가슴이 멍멍하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