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한 산보

by 조덕현


무더위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에어콘을 틀어놓고 잠을 청해본다. 나이든 노인들은 초저녁 잠이 많아서 쉽게 잠이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2시나 1시사이에 잠이 깬다. 그다음은 다시 자려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지만 잠이 오지않는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잠이 오는 경우도 있다.

새벽녘에 잠이 깨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어두 어둑한 산보길에 나선다, 생각도 없다. 그저 집안의 묵직한 공기를 피해서 자연의 공기를 마시려고 밖으로 나선다. 그러니 머리가 흔들 흔들한다. 정신이 조금은 들기는 하지만 무언가 하여야 한다는 것이 것이 걷게 만든다. 어둠속에서 체조 바슷하게 팔을 흔들어 보고 몸통을 흔들면서 산책 길로 접어든다. 처음은 약간 휘청거리지만 몇 발자국 내디디면 정상적인 걸음 걸이로 걷게 된다. 멍하니 생각없이 걷기 시작한다. 이제는 만가지 상념에 잠긴다. 이런것들은 다 지나가 버린 것들이다. 아침의 어둠속에서 걸으면 잊어버려야 할것들이 깨끗이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오늘 당장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지만 뚜렷이 할일은 많지 않다. 나는 버섯을 공부하는 사람이니 어디로 채집가면 혹시나 버섯을 발견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왜냐하면 며칠 전부터 눈여겨 보아 왔기 때문이다. 내가 버섯을 발견하는 기회는 의도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우연히 발견하는 것이 많다. 매일 지나치는 숲속의 산책길에서 무심코 발견되는 때가 많다. 그래서 채집도구는 가지고 오지않아서 내 손의 손가락으로 버섯을 파는 뿌리삽 노릇을 한다. 다음에는 이것을 담을 채집도구가 없으니 주머니속에 조심스럽게 넣는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상상의 날개를 펴는 머리에서 무심코 산보를 하는 수가 많다.

이제는 과거의 언잖은 것들을 잊어 버릴만한 세월도 흘렀다. 그러데도 불쑥불쑥 뇌를 스치는 불쾌한 일들이 나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그런것이 내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어서 불쾌감이 더 고조되게 된다. 한편 생각하면 얼마나 내가 그들에게 잘못 보였을가를 내 반성의 기회로 생각도 한다. 터무니 없이 상상으로 나를 모략하든 사람들의 근황이 지금쯤은 어떨까를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한다.

나의 직장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마치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살아 남기위하여 사막을 걸어나온 것이다. 그래도 옳은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남의 말만 듣고 편견적으로 판단하고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 왔다. 그렇게 되니 내 생각에 금이 가고 잘못된 판단으로 빠져드는 수도 있게 된다.

생각없는 멍한 산보를 하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지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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