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마감시간에 생긴 일
백화점 마감 시간에 가까웠을 때 푸드코트를 가면 각종 먹거리를 정가보다 조금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나도 저녁거리가 마땅치 않거나, 너무 귀찮을 때는 종종 백화점에 들르는 편이다.
며칠 전 백화점에서 여느 때와 같이 뭐 사갈 것 없나 돌아보다가 굉장히 크고 불편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리게 됐다.
한 할머님이 종업원 여사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고 계셨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온몸으로 표출하시는데 모두가 쳐다보았고, 정말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여사님이 같이 폭주하지 않고 최대한 방어하셨고 그 사이 매니저로 보이는 젊은 직원분이 상황 수습을 위해 뛰어오셨다. 흔히 드라마에서 사이다라고 하는 통쾌한 상황은 아니었고 고객을 우선 진정시키고자 하는 애쓰는 뒷모습을 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이 글의 제목을 트라우마라고 적었다.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 의존해 본다.
학창 시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을 하던 나는 한 커플을 응대하게 되었다.
어떤 요구 사항을 내가 들어주지 않자(예를 들면 뭐 하나를 더 달라고 했던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판단해서 뭘 더 주고 말고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갑자기 커플 중 남자분이 욕설을 퍼부었다.
너무 기분도 나쁘고 무서웠던 나는 최대한 겁먹은 표정을 숨기고 프로답게 행동해야 된다고 정신 차리려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험한 말과 함께 신용카드를 날 향해 던지던 그 남자 손님을 쳐다보자 나에게 “동태눈깔” 어쩌고라고 하셨고 그 말에 나도 더는 참지 못하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죠”라는 식의 뉘앙스로 받아쳤던 것 같다.
그때 남자 손님이 거의 계산대를 넘어오듯 하며 내 이름이 무엇인지 물으며 사장에게 당장 나를 자르라고 하겠다, 밤길 조심하라며, 내가 너를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등의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분이 “오빠 참아” 뭐 그런 식의 말을 하며 말렸다.
그들이 떠나고 휴게실에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흘러 내 기억의 편집이 좀 있을 것 같아 글을 쓰며 조금 망설여진다.
분명한 건 “동태 눈깔”은 확실히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욕설이고, 난 아직도 고래고래 종업원에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런 게 트라우마구나.
내가 목격한 백화점 여사님에겐 그날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안 되길 바란다. 그저 좀 운 나쁘게 걸린 진상 손님 때문에 저녁 시간을 망쳤다 생각하고 털어내시길 바란다.
어딘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남에게 트라우마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고 싶다.
반대로 종업원이 너무 손님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고, 어쨌든 살다 보면 꼭 의도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도 생긴다.
조금 기분 상하더라도 바로 쌍욕부터 날리지 말고, 말로 하며 사는 세상에 살고 싶다.
이제 마감 시간에 가서 할인받아 사 먹는 먹거리도 더는 매력적인 가격이 아니다.
물가가 살인적이다.
세일해서 사온 귤 까먹으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