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입문 - 내 마음도 한 코씩 뜨고 싶다.
요즘 온라인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울 만큼 많은 강의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해진다.
수많은 강의 중 뜨개질이 어느 날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나도 한 번 배워볼까 생각만 한 거 같은데 무섭게 알고리즘이 나를 뜨개 강의로 인도했다.
혹시 내 마음까지 스캔당하는 중일까?
무서운 알고리즘...
아무튼 손가락으로 몇 번 클릭하면 나오는 뜨개 강의라니. 아날로그 인간인 나에게는 편안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시간도 없고 장소도 없으니 일단 영상으로 배워보기로 했다.
눈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손에 어찌나 힘을 주는지 손아귀도 저릿하다.
그런데, 꽤나 재밌다 이거.
뜨개질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한 코 한 코 떠서 지나갈 때마다 모양이 잡히고 신기하게 편물이 자라난다.
이런 매력으로 사람들이 뜨개를 하는구나 싶다.
어릴 적 할머니가 떠주신 목도리도 생각나고, 아이를 가졌을 때 태교하겠다고 노란 털실을 샀다가 시작 몇 단에 푸르고 다시 하고를 반복하다 태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버린 일도 생각이 난다.
너무 재밌어서 주말 밤을 꼬박 새우니 다음 날 목에 담이 왔다. 한의원에서 세 번이나 침치료를 받은 후에야 목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털실 값과 병원비를 합치니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다.
뜨개 하면 조금은 잊어버리는 불안, 중년의 불안은 아직도 나를 수시로 찾아온다.
쓸모 없어질 것 같은 불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부적응자가 될 것 같은 불안, 외톨이가 될 것 같은 불안.
내 마음에도 도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도안 따라 뜨다 보면 내 인생도 멋진 모양으로 다듬어졌으면.
틀린 곳으로 가도, 실수해도 그저 푸르고 다시 하면 예쁘게 다듬어질 수만 있다면.
내가 처음으로 뜬 '하트' 고리 2개와 '실버 메탈 트레이'를 남겨보았다.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하니 뭐라도 결과물이 이렇게 나온다.
다음에는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솔직히…)
솔직히 아주 작은 성공의 힘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뭔가 성취한 기쁨과 보람은 있지만 그게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난 좀 어렵다. 넘어져 주저앉아있는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일, 생각보다 어렵다.
그렇다고 누가 일으켜주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안다.
오래 걸려도, 내가 절대 포기 하지 않기를.